매일춘추-사회 상층부의 불안심리

입력 1998-09-01 14:19:00

딸이 수천만원짜리 과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서울대 총장이 총장사퇴서를 냈다고 한다.고액 과외를 받은 것은 그의 딸뿐만이 아니나 그가 사과를 하고 사퇴한 것은 그가 대학총장의 지위에 있는 교육자이면서도 그의 딸이 제도교육에 대한 불신이나 교육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고액 과외를 받았다는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실정법위반과 관련된다거나 또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과는 너무나 대비가 된다거나 하는 이유로 자녀들에게 고액과외를 시킨 부모들을 비난하고 싶지는않다. "내돈들여 내 자식을 좀 유별나게 공부를 시키겠다는것이 무슨 잘못이냐 라고 항변한다면 별로 대응할 말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 그 가운데서도 상층부에 깊이 배인 불안과 거기에서 오는 욕구과잉은 꼭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행동동기중의 하나가 불안감이라는 지적이 있다. 해방이후 우리 사회는 대부분 지식인들로 구성된 소수의 사회상층부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사회상층부는 짧은 시간에 외부의 권력, 자본, 지식에 의해 이루어진 면이 있다.왜곡된 권력이나 분단상태, 대외관계로 인해 불안한 가운데서 부침을 거듭하면서 형성되었기에 그 성공의 이면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어쩌면 그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잉여 욕구 내지 사적 이익의 끝없는 추적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삼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목격해온 사회상층부의 무모한 비리와 부패는 바로 그러한 불안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익을 위한 법규정이나 원칙들을 지켜나가는 우리 사회상층부의 안정감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사회 상층부는 이미 생계나 생활을 걱정해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사회 상층부가전체 사회에 가장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안정에 기여한다는 측면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의 여유가 우리 사회를 성숙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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