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재경부장관이 31일 9월중에 은행들의 BIS비율 8%를 맞춰주겠으며 이를 위해 증자지원자금 16조원을 포함 금융구조조정자금 50조원도 연내에 모두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지금까지 정부가 견지해온 '선(先) 구조조정 후(後) 경기부양' 원칙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있다.
이장관은 이처럼 정부의 자세가 바뀐 이유를 "수술(구조조정)도 기초체력(경기)이 있어야 수술대상을 죽이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구조조정도 좋지만 경제 자체가붕괴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마련중인 정책중 큰 줄기는 신용경색의 해소이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차례 신용경색 해소 대책을 마련했으나 약효는 전무했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은 금융권내에서만 맴돌다가 다시 한은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렇게 된 이유는은행들이 BIS비율을 맞추는데 급급하다보니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금리는 떨어지는데 부도율은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에 지원하기로 한 구조조정자금 50조원을 연내에 모두 지원, IMF와의 합의에 따라 내년 3월말까지 맞추기로 되어 있는 BIS비율 8%를 9월중에 충족시켜 주고 증자지원도 자구노력만 확실히 하면 해주기로 했다. 즉 정부가 조기에 BIS비율을맞춰줄테니 퇴출 걱정은 하지말고 대출을 늘리라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에 40조원, 내년에 10조원을 지원하고 증자지원 대상도 자발적으로 합병을하거나 외국자본과의 합작을 추진하는 경우로만 한정했었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은행들이 BIS비율 8%만 맞추면 대출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BIS비율에 문제가 없어지면 은행들의 대출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신용위험이 없어지지 않고는 BIS비율을 맞췄다고 해서 은행들이 대출을 늘릴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조기 증자지원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정부의 대책은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을 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외국투자자들의 일치된 평가다. 따라서 약간이라도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엿보인다 싶으면 부실채권 매입,증자지원 등 모든 방법으로 BIS비율을 맞춰주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은이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을 외국인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BIS비율 조기 충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의 신용위험 축소문제와 대외신인도 저하 등 뒤따르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처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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