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현장-지역공단-서대구 산업단지

입력 1998-08-31 14:13:00

서대구 산업단지는 다른 공단에 비해 그래도 활기찬 편이었다. 일부 공장에선 쉼없이 대형트럭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입주업체중 상당수가 대기업 등의 물류창고로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공단 사정이 최악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서대구 산업단지협회(협회장 박삼근)의조창식 과장은 "단지내 공장들의 평균가동률이 65%쯤 된다"고 밝혔다. 조과장은 "성서공단의 경우 기계금속업종이 많은 반면 서대구 산업단지엔 섬유업종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가동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 대구·경북지회가 밝힌 지역 중소기업의 7·8월 가동률이 60%를 밑도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형편이 괜찮은 셈이다.

그러나 서대구 산업단지에도 IMF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서대구 산업단지협회의 김국원 본부장은 "공단 경영상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입주 업체들중 관리비를 못내는 업체가 적잖다"고 말했다. 특히 서대구 산업단지엔 종업원 50명이하의 영세업체가 많다. 따라서 장기불황으로 인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 4백33개 입주업체중 현재 10여개 업체가 부도난 상태이며 4개업체가 휴업중이다.

하지만 서대구 산업단지는 다른 공단과 달리 부도 공장의 매매가 활발하다. 대구 도심과 가까운 서대구 산업단지의 입지 때문이다. 하나화섬의 곽충규이사는 이와 관련 "부도 공장들중 상당수가 창고나 포장공장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서대구 산업단지의 조과장도 "대구 도심에 근접한 탓에 대기업들이 물류전진기지로 이용하기 위해 부도 공장을매입하는 것 같다"며 곽이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이처럼 서대구 산업단지는 산업단지로서의 기능을 서서히 잃어가는 대신 물류단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대구 산업단지내에 있는 삼성물산·LG상사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물류창고만 40여개에 달한다. 서대구 산업단지가 물류기지로서 매력을 끄는 것은 대구 도심과 가까울 뿐 아니라 구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끼고있어 물자수송이 쉬운 때문이다. 더욱이청구 부도로 늦어지고 있지만 서대구 화물터미널이 완공되면 물류 기능은 더욱 강화된다.서대구 산업단지는 또 상당수 제조업체가 떠난 자리를 자동차 정비 등 비제조업체가 메우고있다. 이러한 비제조업종과 창고·하치장 등을 모두 합치면 전체 입주업체 수의 거의 1/4수준인 1백개에 육박한다. 그래도 서대구 산업단지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섬유업. 염색업체 71군데를 포함 2백44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섬유업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업종은 기계·금속업으로 77개 업체가 단지내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75년 조성된 서대구 산업단지는 20년 넘게 단지내 도로 포장이 제대로 안돼 입주업체와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어왔다. 비만 오면 하수가 넘쳐흐르고 진흙탕이 되기 일쑤였다. 지난해에 겨우 전체 도로의 포장을 마쳤다. 하지만 입주업체 차량들이 콘크리트가 미처 굳기도전에 운행하는 바람에 대부분 도로는 요철이 심하다. 이에 도로 덧씌우기 작업에 나섰지만전체 도로중 30% 정도만 보수됐고 나머지 70%는 방치돼있다. 서대구 산업단지의 조과장은"대구시가 도로보수 예산을 반영한 것으로 알고있으나 IMF체제에 들어간 뒤 시에서 구청으로 예산을 내려보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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