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국민신당 합당 의미

입력 1998-08-29 14:17:00

29일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합당선언은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위한 여권의 시나리오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정권 출범이후 줄곧 여소야대 구도 타파를 주장해 온 여권은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각계파간 내분이 가속화하면서 정계개편의 분수령을 국민신당과의 합당으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미니정당이지만 일단 외곽때리기를 시작으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붕괴를 앞당기겠다는 생각이다.

28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국민신당 이만섭(李萬燮)총재의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다 이같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양당이 표면적으로는 지역갈등 해소와동서화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핵심 포인트는 정계개편이라는 얘기다.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이앞으로 더 많은 야당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만 봐도 이같은 의도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양당의 합당으로 당장 여소야대 구도가 깨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신당 8명의 현역의원중 5명이 국민회의에 입당하고 김학원의원은 자민련에 합류함에 따라 수적으로는 일단 1백43석에 머문다. 그러나 양당의 합당은 여권의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위해 기본적인 토양을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민신당의 부산지역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의 합류가능성을 더욱 열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은 그동안 물밑에서 접촉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제는 입당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것 아니냐며탈당을 대비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당 합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우선 수의 정치에 매달려 양적 확대만을꾀하고 있는 여권지도부에 대한 내부 비판이다. 당의 정체성은 아랑곳없이 옥석을 가리지않고 받아들이는 바람에 향후 당내 분란의 소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국민회의에 입당하는 국민신당 의원중 일부는 최근 여권이 정치권 사정을 공언하면서 마지못해 합류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지분문제로 빚어질 분란도 문제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일단 8대2 지분을 조건으로통합을 이뤄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당내 각 세력간 지분다툼이 상상외로 거세질 가능성도있다. 국민회의는 일단 이만섭총재를 상임고문에, 이인제고문은 부총재에 각각 임명한다는입장이지만 대선주자로 김대통령 경쟁상대였던 이고문에 대한 예우는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여권이 일단 안정적인 정국운영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양당 합당을 이뤄 냈다고는 하지만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 인한 후유증이 상상외로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