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신음 신유철군 투병4년째…

입력 1998-08-27 15:16:00

12살 유철이의 하루는 병상에서 시작된다. 하늘을 보지 못한지 6개월째. 오늘도 뼈속을 파고드는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4년째로 접어든 백혈병과의 싸움. 이젠 오랜 약물과 방사선 투여로 몸속 장기가 모두 헐어 항암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십번 닥쳐오는 죽음같은 고통에 눈물로 떼를 쓰지만 기력만 떨어질 뿐. 타들어 가는 입술로 겨우 엄마를 외쳐본다.

"차라리 내목숨을 가져가고 유철이만 살려달라고 수없는 기도를 올립니다" 유철이 대신 눈물을 쏟아내며 자신을 원망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어머니 박태옥씨(36). 유철이는 병실문을 나서면 하루도 생명을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 병원을 나서야 할지도모른다. 이미 수백만원이 넘게 밀린 병원비. 아버지 신현승씨(46)의 월급 70만원으로는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골수 이식 수술비는 고사하고 며칠이나마 병원에 있을지조차 모른다."IMF 이후 그나마 못공장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도 30만원이 깎였다"는 박씨는 "한달에 3백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를 대기 위해 수천만원의 빚까지 졌지만 이젠 빌릴 곳도 없다"며 고개를 떨군다.

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 문턱을 닳도록 다녀봤지만 남편이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한 뒤 이젠 희망을 걸 곳조차 없어졌다. 울다 지친 유철이가 잠든 사이 두손을 모으는 박씨. 하루만이라도 더 유철이가 살게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절망을 오늘밤도 떨칠수 없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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