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극기훈련 붐

입력 1998-08-26 15:05:00

5㎞ 구보를 마치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뙤약볕 아래 벌겋게 달아오른 이마로 구슬땀이비오듯 흐른다. 털썩 주저앉고 싶지만 함께 뛰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제자리에 서'. 교관들의 구령에 잠시 쉬는가 싶더니 다시 단체기합이 기다린다. '좌로굴러', '우로 굴러', '앞으로 취침', '팔굽혀펴기 실시' 등.

작전명 '탱고 5'. 경북광유 직원 42명이 경일산업연수원에서 받고있는 한계상황체험 훈련과정의 이름이다. 30여㎞ 구간에서 10여시간 동안 벌어지는 훈련은 해병대 출신 교관의 지도아래 혹독하게 치러진다. 오전 교육은 '몸풀기'에 불과하다. 오후에 실시되는 산악훈련은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낙오는 용납되지 않는다. 한명이라도 빠지면 조 전체가 뒤쳐진다. 동료들끼리 단합하지 않으면 헤쳐나갈 수 없다.

경북광유 유성주유소에 근무하는 황경순씨(25·여)는 "평소에 얼마나 안일한 자세로 살아왔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며 "회사와 나 자신을 돌이켜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최근 들어 기업체 극기훈련이 붐을 이루고 있다. 노동부지정 직업교육기관인 경일산업연수원에 훈련을 문의한 업체도 20여곳에 이른다. 기업들이 극기훈련을 선호하는 까닭은 이를통해 직원들의 협동심을 기르고 평소의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또 중소기업의 경우 교육비의 90%가 정부지원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도 거의없는 편이다. 이달 들어 직원 1백20명의 극기훈련을 실시한 경북광유는 총교육비 2천여만원가운데 2백여만원만 부담했다.

경일산업연수원 안차영 부원장은 "관리자, 현장감독자, 근로자 능력개발과정을 비롯 창의력계발과정, 고객만족과정 등 16가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며 "합숙훈련을 통해평소에 서먹하게 지내던 동료들과 우애도 깊어지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커지는 등 극기훈련이 훈련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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