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청년의 죽음

입력 1998-08-26 14:39:00

"평소 마음이 너무 여려 걱정이었는데, 숨지다니…"

26일 아침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가야기독병원 영안실. 남을 도와주려다가 숨진 아들 한철씨(24)의 시신을 바라보는 아버지 제욱용씨(52)는 넋을 잃고 있었다.

공부는 썩 잘하진 못해도 마음만은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착했던 외아들. 지난 6월 다니던공장에서 실직했지만 가족들에게 걱정을 주지 않으려고 억지 웃음을 짓던 그 모습을 가족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애가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미예요. 고속도로 아니라 하늘에서 누군가가 도움을청한다고 해도 달려갈 아이입니다. 게다가 군대에서 운전병을 했으니 차 고치는 것도 자신있었겠지요"

술, 담배도 전혀 안했고 대구에서 직장을 다녔지만 피곤한 생활속에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고향인 성주로 와 농사일을 거들었다는 것.

"얼마 안 있어 장사도 시작한다고 했는데, 애인도 있는 녀석이 좋은 세월도 못보고…" 대구에서 같이 지냈다는 누나 정희씨(26)도 말끝을 맺지 못했다.

"사람이 치여 죽는 사고가 났어도 경찰이 갈때까지 세우는 차 한 대 없었습니다. 이렇게 인정이 메마른 세상속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고장난 차를 고쳐주다 죽은 청년이 있다니.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할겁니다" 사고조사를 맡았던 한 경찰관도 넋두리를 하고 있었다.

숨진 제한철씨(경북 성주군 수륜면)는 25일 밤 10시쯤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구마고속도로하행선에서 대구61가 4660호 쏘나타 승용차(운전자 최윤경.23.여)의 타이어 교체작업을 도와주다 대구3노 3153호 세피아 승용차(운전자 신동현.29.대구시 서구 내당동)에 치여 참변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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