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로 망월동 참배

입력 1998-08-26 14:5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5일 이틀일정으로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지역을 처음 방문했다.고향나들이는 96년 4.11총선 지원유세이후 2년 4개월만이다.

이번 고향방문은 김대통령에겐 대통령의 신분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인 셈이다.김대통령도 가는 곳마다 각별한 소회를 내비쳤다. 목포~무안구간 고속도로개통식에서는 예정보다 20여분을 더 넘긴 즉석연설을 통해 "무안군 하의면에서 태어났고 목포시민으로 활동한 내가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서니 무한한 감회를 금할 길이 없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전북도청에서는 "전북은 오랫동안 국정으로부터 소외되고 발전이 낙후돼 좌절과 분노를 느껴온 것을 알고 있다"며"전북이 서해안중심으로 동남아와 중국을 향한 관문으로 발전할 수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조기완공(2001년까지),새만금종합개발사업 촉진(내년1천6백35억원배정), 공항건설 추진(내년 기본설계비 8억원배정)등의 지역 선물보따리도 풀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호남 물갈이도 예고,지역을 긴장시켰다.현지에서"지난 지방선거공천결과가 유권자의 의사와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이미 당과 호남지역의원들에게 큰 반성을 촉구했고 경고도 한 바 있으며 당내 개혁을 통해 이같은 점들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목포행사에서는 장남 김홍일의원이 참석, 김의원 당선이후 공식행사에서 부자가처음으로 함께 자리를 했다.

광주 망월동 5.18묘역이 26일 오전 광주민주화운동 18년만에 현직 대통령을 맞아 들였다.지난해 5월16일 5.18묘역 성역화사업 준공식 참석을 위한 참배길에 '영원(永遠)한 승리(勝利)'라고 방명록을 썼던 金大中대통령이 '승자'가 돼 다시 묘역을 참배한 것이다.전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취임후 매년 망월동 묘역 참배를 시도했지만 남총련 학생과일부 5.18관련 단체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퇴임했다.

김대중대통령은 1년전 묘역 준공식때 추도사에서 "5.18을 올바르게 평가, 묘역성역화의 결단을 내리고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준 김영삼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으나 5.18묘역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1년전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한 회의로 갈등하던 광주 시민들에게 "미워도 다시한번이란 말도 있듯이"라며 '마지막 지지'를 호소했던 김대통령의 이날 5.18묘역 참배와 광주방문은 무엇보다 우선 '보은 방문'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묘역참배가 '용서'와 '화해' 조치의 완결로 읽히기를기대했다.

〈목포.광주에서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