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폭염-가뭄 '지구대재앙' 오는가

입력 1998-08-24 14:00:00

지구가 병을 앓고 있다.. 지구가 병을 앓고 있다. 미국에선 여름철에 때아닌 눈이 내리는가 하면 지구촌 곳곳이홍수로 물난리다. 계속되는 온난화로 지구는 서서히 '과열'되고 있다. 극심한 가뭄지역에서일어난 산불은 몇달간이나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른다. '기상이변'으로 표현되는 지구의 병.과연 '대재앙'의 시작일까?

◆기상이변 실태

△대홍수=지난 4월 이후 세계 41개국에서 홍수피해가 보고됐다. 최대 피해지인아시아에서는 중국, 한국, 방글라데시 등 3개국에서만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3천여명에육박하고 있으며 이재민은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등중부 유럽지방을 강타한 호우로 1백명 이상이 숨졌다.

△불볕더위.폭설.가뭄=텍사스,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미국 남서부 지역은 지난달 섭씨40도 이상의 폭염으로 1백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면 생 개브리얼 등 미국일부지역에는 여름이 가까워진 지난 5월 6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러시아모스크바에도 지난 4월 1백여년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중국 남경과 하북지방은54년만의 폭염으로 수백명이 입원했으며 이상 고온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22개 국가에서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전염병 비상=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와 과학자들은 기상이변이 초래한생태변화로 올들어 말라리아, 콜레라, 뎅그열 등 전염병 발병사례가 크게 늘어났다고밝히고 있다. 캄보디아에는 모기가 옮기는 뎅그열로 7천5백여명의 환자가 발생, 현재까지최소한 1백44명이 사망했다. 네팔에서는 지난 넉달간 홍역, 위장염, 장티푸스, 폐렴 등으로6백40여명이 숨졌다. 케냐와 소말리아, 페루 등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미국 등선진국에서도 한타바이러스, 간염, 병원성 대장균 등이 창궐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식량난=세계최대 밀림지역인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과 세계최고 야생생태계 지역으로손꼽히는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의 화재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았다.인도네시아는 세계 3위인 커피와 코코아의 생산량이 각각 25%, 10%씩 감소했으며유례없는 홍수피해를 입은 아시아는 쌀 생산량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국민중1천5백만명, 인도네시아에선 7백50만명의 주민이 이미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82년부터 93년까지 세계 곡물비축량은 81일분이었으나현재는 사상 최저치인 48일분에 머무르고 있어 이대로 갈 경우 2015년이면 전세계의 8억인구가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는 안전한가

한마디로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동해안 및 경북 내륙지방 최고기온이 섭씨 33.6도까지오르는 등 한여름같은 고온현상이 빚어졌다. 서울의 4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3.8도나높았다. 황사는 9일간(4월14~22일) 지속돼 최장기록을 세웠다. 올해 태풍은 기상관측사상가장 늦은 7월9일 발생한 반면 첫 열대야는 예년보다 빠른 7월7일 관측됐다. 지난달11일부터 영동지방 낮 최고기온이 섭씨 25도를 밑도는 이상저온 현상이 보름 이상 지속된반면 서울과 강원.영서지방에는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현상이 나타나 기온이 동서로양극화됐다. 장마가 끝난 7월말부터는 전국이 게릴라성 호우로 몸살을 앓았다.

◆무엇이 기상이변을 초래하는가

학자들은 지구촌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단기적으로는 엘니뇨 현상을, 장기적으로는지구온난화를 들고 있다.

△엘니뇨=스페인어로 '아기예수' 또는 '남자아이'를 뜻하는 엘니뇨(EL NINO)는 적도부근의페루 연안으로부터 태평양 중간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현상을 말한다. 2~6년 주기로 불규칙하게, 9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런 엘니뇨가 발생하면 무역풍을 둘러싼 대기와 온도의 흐름이 역행, 태평양 지역 전반에걸쳐 이상 고온 및 저온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엘니뇨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많은 학자들이 보다근본적인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들고 있다. 지난 1백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0.42도상승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 심각해 기상관측을 시작한 지난 1908의 연평균기온이섭씨 10.4도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섭씨 12.9도로 관측됐다. 90년간 무려 2.5도나 올라세계평균치의 6배를 초과한 것.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프레온가스 등으로 온실효과의 6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2백75┸에서 90년대에는 3백60┸ 수준으로 올랐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수준으로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향후 1백년간 해수면이 15~95㎝ 높아져 최악의 경우 세계인구의20%가 몰려있는 해변지역이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상이변, 막을 수 없나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욱 가속이 붙을 거라는 게 기상전문가들의전망이다. 그 대표적인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오염물질의 대부분은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차량 등교통수단의 꾸준한 증가, 인구 증가에 따른 산업.주거용 연료 사용량의 확대는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4년우리나라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유류가 3백24만2천t, 석탄은 1백24만3천t, 가스는4만1천t이나 되는 오염물질을 각각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뤄진 도시의 기온이 농촌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서 보여지듯인간이 만들어낸 국지적인 기상 변화도 곧바로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세계 각국은 지난 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였던 리우회담이후 국제기후변화협약 등의 강제적인 국제 규제기구를 탄생시켰고 나아가

그린라운드라는 국제적인 환경무역규제 장벽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청정연료 대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규제 및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기상이변으로 인한 식량 생산량감소를 막기 위해, 엘니뇨 징후가 나타나면 농작물 파종시기를 조절하는 짐바브웨 같은국가처럼 기상과 정책의 연계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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