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불황 탈출 한국영화 "효자노릇"

입력 1998-08-22 14:08:00

IMF한파로 고개숙인 극장가에 한국영화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할리우드 대작'으로 통할 정도로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영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 상례. 그러나 올 여름은 한국영화들이 오히려 '시원찮은' 외화를 누르고 흥행에 성공하는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박광춘 감독의 데뷔작 '퇴마록'. 한국형 블록버스터(흥행대작)를 자처하며 지난 15일 전국 80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 이 영화는 첫 주말인 토·일 양일간 전국 25만명을 동원,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으로 순항을 예고했다. 대구에서도 개봉 첫날 7천명(객석 점유율 90%) 동원 기록을 세운데 이어 평일에도 4천명에 가까운 관객이 들어 올해 지역 관객의 가장 높은 관심속에 개봉된 영화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퇴마록'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미 PC통신에 연재돼 폭발적 인기를 끈 동명소설을 소재로 삼은데다 한국영화사상 보기 드문 20억원의 고제작비를 투입,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기 때문.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 긴박감이 떨어지고 이야기 전개가 엉성한 점이 흠이지만, 비디오 게임속 괴물이 TV화면밖으로 나와 싸우는 장면 등 매끈한 컴퓨터 그래픽 처리와 특수 효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8일부터 상영중인 신승수 감독의 '엑스트라'도 한창 뜨는 배우 임창정의 인기에 힘입어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강우석 감독의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30대 이상 일반 관객 유치는 부진하지만 IMF시대 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문제를 다뤄 노동·여성단체들로부터호응을 얻는 등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올여름 '괴담' 신드롬을 유행시킨 신예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은 서울 30만, 대구 10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 할리우드 직배영화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히는 '고질라'보다 월등한흥행성적을 올렸다.

이처럼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영화들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대해 권용수 만경관 사장은 "충무로 영화가에 한국영화도 잘 만들기만 하면 외화와 맞설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한국영화 관객수는 95년 9백40여만명, 96년9백70여만명, 97년 1천2백여만명으로 늘고 있으며, 97년 한국영화 관객 증가율(24.1%)은 외화(8.9%)를 훨씬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IMF한파로 인한 제작 편수 감소와 미국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완화압력 등 어려움이 더한 올여름 한국영화의 선전은 희소식이 아닐수 없다. 영화인들이 작품을 제대로 만들고 관객들이 관심을 보여줄때 한국영화의 미래가 밝다는 자명한 이치가 실감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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