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U대회 포기

입력 1998-08-22 14:48:00

2백50만 대구시민의 희망이 사라졌다. 6·25이래 최대위기라는 IMF사태하의 어려운 경제난속에서도, 온 나라를 뒤덮은 물난리속에서도 대구시민은 '2001년 유니버시아드(U)대회를 개최해 대구를 한단계 더 도약시켜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진다'는 기대를 가져왔다. 95년대구유치가 처음 논의된이후 3년간 대구시민들은 합의를 다져왔다.

그러던 U대회 유치를 포기하기까지 많은 조짐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구시의 '강력하고 확고한 의지'는 오히려 흔들리는 시민들의 의지를 다잡았다.

U대회가 대구시민의 희망이 된 것은 제3의 도시 대구가 흔들리고 대구경제가 파탄지경에이르면서 국제대회를 유치해 대구발전을 앞당기자는 논의가 실현되어간 것. 이렇다할 국제대회 한 번 치러보지 못한 대구시로서는 시민들의 문화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국제대회 유치로 국비지원을 얻어내 SOC건설등 지역발전과 경제적 부수이익을 얻자는 데 있었다.U대회가 처음 논의된것은 95년10월6일 문희갑 대구시장과 박상하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만난 자리. 이날 문시장은 "지역화합과 지역발전은 물론 침체된 대구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국제행사인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는 필수적"이라며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눠본 결과 대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며 유치의사를 표시했다.

그뒤 대구·경북이 공동개최키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사마란치 IOC위원장도 '대구개최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들었고 대구·경북의 시·도의회, 상공회의소등 기관 단체들이 유치지지에 이어 이순목 (주)우방 회장을 위원장으로 각계인사 7백50명이 참여하는 'U대회 유치위원회'까지 구성됐다. 대구시의회가 유치지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96년 당시 애틀랜타올림픽에서 U대회 유치활동을 벌였다.

이런 노력으로 97년1월28일 정부로부터 U대회 유치승인을 받아내 97년5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대회유치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었다. 그동안 대구시와 대회유치위원회는FISU 총회와 집행위원회에서 몇차례 대회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가졌고 관계자들을 대구로초청해 대구의 개최지 적격을 홍보했다.

이에앞서 대구시는 96년4월 U대회 유치를 위해 주경기장과 수영장, 테니스장, 야구장, 체조경기장등 5개경기장을 신설하고 21개 경기장을 국제공인규격으로 보수, U대회를 유치한다는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번 유치무산으로 한국스포츠의 국제신인도가 급격히 추락, 향후 스포츠외교에 심각한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대구시는 21일 정부의 대회연기 통보를 받고 이를 공식발표, 도시의 국제화및 지역개발에큰 기대를 걸었던 5백50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대구시는 97년 1월18일 정부의 U대회 유치를 승인받고 97년 8월 FISU으로부터 유치결정을내락받은 상태에서 대회를 포기, 시의 행정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대구의 U대회 유치포기는 이같은 지역문제뿐 아니라 국제적인 파장을 몰고올 조짐이다. 그동안 대구는 대만의 가오슝, 독일의 라이프찌히, 유고의 베오그라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등을 제치고 대구유치를 확정지은 상태여서 국제적인 망신이 불가피하게 됐다.FISU는 경제난에 따른 대구의 유치어려움을 감안, 지난 5월 스페인 팔마에서의 개최지 결정을 11월로 미뤄주면서까지 대구에 대한 지원의지를 보였으나 이번 포기결정으로 국제적신뢰를 잃게됐다.

더욱이 이번 U대회 유치포기는 2002월드컵 한일공동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흘러나왔던 2002월드컵 개최지를 다른 나라로 바꿔야 한다는 일부 국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박상하 대구 U대회 유치위 수석부위원장은 "U대회 포기는 국가적 수치"라며 "스포츠 외교차원에서 FISU 관계자를 만나 사정설명과 양해를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李敬雨·李春洙기자〉

◆청와대·정부 입장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U대회 유치 재검토' 대구발언이후 그동안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였지만 사실상 '유치불가'쪽이었다.

한마디로 대구시가 U대회유치에 대한 타당성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이 지난 5월6일 신낙균(申樂均)문화관광부장관 등 관계부처를 방문해 "정부측이 파악하고 있는 U대회 소요비용이 잘못돼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재검토하겠다'는답변을 받아냈을 뿐 설득에는 실패했다.

문시장은 4월30일 김대통령이 대구시로부터 시정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건이 어렵고 경제성이 떨어져 수지가 맞지않는 대회"라며 재고를 요청했는데도 포항으로 이동하는 자동차안에서 대통령과 독대, 재고가 아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고 주장하면서 유치방침은 변함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은 "문시장이 대통령과 따로 만나 그런 얘기를 논의할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이를 부인했다.

이처럼 청와대나 정부측에서는 대구시의 U대회유치움직임에 대해"준비가 잘 안돼있는데다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체육교류과의 관계자는'IMF상황' 이라고 전제하고 "돈들여서 유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부터 고려해야 한다"면서"'흑자대회가 가능하다'는 대구시의 주장에도 허수가 많은 등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획에서 부터 추진과정에이르기까지 무리가 따랐다는 얘기다.

〈정치2부〉

◆대구시의회 뭘했나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이 그동안 대구시의회나 정적들로부터 공격받을 때마다 그렇게 장담하던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문제가 결국 좌초함에 따라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생명으로 하는 대구시의회도 책임론의 공격화살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문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들로부터 U대회 개최의 타당성과 성공 여부를둘러싸고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으나 2002년 월드컵대회와 연계하고 기존시설들을 활용할 경우 별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넘기며 예봉을 피해왔다.

이와 함께 대구시의회도 지난 96년6월 '200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구유치 지지결의문'까지채택하며 집행부의 U대회 개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지난 7월 제3대 원구성이된 뒤 열린 확대의장단 회의에서도 U대회 지원을 결의했다.

게다가 문시장은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한나라당(7·29)과 국민회의(7·31) 및 자민련(8·14)의 대구지역 지구당위원장들과 잇따라 가진 시정협의회에서도 정당관계자들이 U대회에 대해 제기한 지적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은 성금을 내서라도 개최를 희망하고있다"는 반응을 나타냈을 뿐이었다.

U대회에 대한 외부의 우려가 적잖았음에도 대구시의회는 물론 당초 유치지지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그뒤 대구시 재정문제와 국내외의 상황변화에 따른 집행부에 대한 감시견제에 소홀, 문시장의 좌초에 '한몫' 거들었다는 비판을 받게됐다.

물론 오진필(吳進弼)전시의원 등이 취약한 대구 재정형편으로 예산확보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간헐적인 지적들이 제기됐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대구시측은 국고보조금의최대한 확보와 수익사업의 극대화 등으로 소요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답변해왔다.한편 지역정치권에서는 "이번 U대회 좌초는 집행부에 대한 시의회의 미약한 견제감시기능과 지방의회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고 문시장의 민선2기 행로에 적지 않은 장애와 걸림돌로작용할 것이며 정치적인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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