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폭우.홍수라지만 이럴 수도 있는가? 이제 한번 잘살아 보겠다고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되돌아 와 남의 논밭을 빌려 황소 같이 일한 죄밖에 없는 착실한 사람, 어째서하늘이 이런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가?
뼈와 살이 스민 논밭을 돌자갈 무더기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그 엄청난 농사일 마다 않던 부인까지 뺏아가도 되는가? 상주시 화서면 하산1리 노인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고 있었다.
김상겸(金相謙.34)씨. 젊은 귀농자. 그에게 모든 것이 달라져 버린 시간은 폭우가 들이붓던지난 12일 아침이었다. 32가구가 사는 천태산 밑 이 마을에서 4백여m 떨어진 선배(38)의 집일을 도우려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새 집 짓느라 임시로 살던 선배의 비닐하우스 살림집에물이 차올라 가재 도구를 꺼내는 일을 돕기로 했던 것. 부인(27)도 따라 나섰고, 옆집 친구허무천씨(34)도 동행했다.
그러나 순간이 모든 것을 뒤틀었다. 하우스에서 대충 물건을 꺼내고 되돌아 나오려는 순간거대한 물더미가 덮쳐 버렸다. 살려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김씨 손과는 단 몇cm 간격에있던 부인은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김씨 역시 하우스에 휘말린 채 수백m나 떠내려 가다기적적으로 살아났다.
83년도에 고향을 떠났던 김씨가 귀농한 것은 겨우 2년 전이었다. 서울에서 화물차.택시 등을운전하다가 노부모만 계시는 고향으로 되돌아 오기로 한 것. 부모가 서울에 사는 부인이 꺼려해 귀농을 일년 늦추기도 했다는 김씨는 그래서 이번 참사를 더 못견뎌 했다.김씨의 귀농 생활은 주위 노인들이 칭찬에 침이 마를 정도로 착실하고 야심적이었다. 논을55마지기, 밭을 7천여평이나 빌려 농사를 시작했으니, 그 많은 일을 감당해 가는 젊은 부부가 신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년에는 농장을 더 늘리려 했는데…" 김씨는 시종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날 폭우 때, 절친한 친구 허씨도 같은 일로 목숨을 잃었다. 그도 대전에 나가 살다 작년에갓 돌아온 귀농자였다. 귀농의 대가를 너무도 크게 치른 김씨, 그의 일곱살된 외동딸이 엄마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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