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농경지 복구엔 "수년"

입력 1998-08-21 00:00:00

물이 빠지고 햇볕이 나면서 논밭 피해 현장이 드러나자 경북북부 수해지역 농민들이 폐허와다름 없어진 들판을 보며 절망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과수.특작.축산농들은 피해가 올해로 그치지 않고 최소 몇년간 회복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깨닫고는 "평생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백합포도 주산지인 상주시 모동면에서는 이번 폭우로 1백92농가의 포도밭 63.5ha가 침수 또는 매몰돼 올해분 25억원의 기대소득을 날렸을 뿐 아니라 내년에도 전혀 소득을 기대키 어려운 상태이다. 나무가 못쓰게 돼 새로 심어야 한다는 것. 금천리 박종범씨(45)는 "1.2ha의포도밭이 망가져 올해 기대했던 4천만원의 소득은 커녕 내년 농사도 어려워졌다"며 3백만원의 영농자금 상환을 걱정했다.

닭 사육농가 박재훈씨(41.상주시 외서면 이촌리)는 사육장 침수로 닭 5만5천 마리가 떼죽음,3억5천여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박씨 등 축산농들은 "이번 수해는 곧바로 회복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축산 기반 자체를 망가뜨린 결정적인 것"이라고 했다. 돼지 사육농가 등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유실.매몰된 1천4백여ha의 농경지도 아예 하천 바닥 같이 돼버려 "복구비가 논을 새로 사는것 보다 더 많이 든다"며 포기하는 농가까지 생기고 있다.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 이상길씨(47)는 "논 3천2백여평을 유실당해, 남은 7백50평에서도 고작 벼 10가마 정도 밖에 수확할수 없어 자녀 2명의 학자금 마련 조차 막막해졌다"고 했다.

밭작물도 비가 그치자 마자 우려했던 각종 병해충이 만연, 고추는 거의 곧바로 말라죽어 버렸고, 참깨는 시커멓게 썩어 죽어가고 있다. 정부 지원도 없는 폭우의 또다른 피해이다.이같은 현상은 경북 의성등 북부지역피해농가도 마찬가지여서 농민들은 "흔히 복구하면 곧회복될 수 있는 것 같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농업 기반 자체를 상실해 버린 경우가 더 많다"고 답답해했다.

〈상주.朴東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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