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 배분 후유증

입력 1998-08-20 15:16:00

15대국회 후반기 상임위배정의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반년간 놀다가 겨우 정상화됐다는 국회가 의원들간에 노른자위 상위(常委)를 차지하려고 기세싸움을 벌이다 못해 이권개입의 소지가 적잖은 관련업종종사자가 관련상임위에 배정돼'의원과 이해관계가 걸린 상임위에 소속돼서는 안된다'는 규정에 위배되고 있다.

현안을 다루기 위해 밤을 새워도 시원치 않을 정도로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여야 각정당들은 서로 인기상위에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려고 정원을 넘은 숫자를 배정해 국회를 공전시켰다.

한나라당은건교위, 여당은 문화관광과 교육위에서 같은 잘못을 저질러 19일 국회는 재경위와 과학기술위만 정상운영됐다.

그러나 여야는 서로 남탓만 하면서 소속의원들에 대한 설득 등 적극적인 조정작업에 나서지 않고 사태를 방치하고있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특정 상임위에 관련업무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의원들이 집중적으로배치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상위 배정은 국회의원이라는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에 보호막을 치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15대 전반기 국회에서 보였던 최소한의노력의 흔적조차도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회 주변에서는 자신의 직업이나 사업과 연관이큰 상위에 배속된 의원들이 국정을 객관적으로 심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는 비난이 드세다.

특히 법사위와 교육위, 건설교통위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법사위의 경우검찰소환을 회기중이라는 이유로 계속 피하고 있는 기아그룹출신의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 환란책임으로 구속중인 무소속의 강경식(姜慶植)의원과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에 계류중인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의원이 배속됐다.

교육위는 사학재단의 소유자가 대거 배치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현직 학교재단이사장인 국민회의 정희경(鄭喜卿), 김인곤(金仁坤), 자민련의 김허남(金許男), 한나라당의 홍문종(洪文鐘)의원 등이여기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홍의원만 전반기에 이어 교육위에 배정된 케이스로 나머지는 새로 교육위에 진입했다.건교위도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회의 국창근의원은 레미콘회사 대주주이고 자민련 오장섭(吳長燮)의원은부도위기에 있는 건설회사 사주다.

또 자민련의 오용운(吳龍雲), 김동주(金東周)의원은 수서비리 사건 연루자들이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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