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화-모든 장르서 '화려한 새로움' 만발

입력 1998-08-20 14:10:00

금세기 들면서 문화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보편화,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문화의 여명기. 20세기의 문화는 시민들이 주체였다. 일부 귀족층의 전유물로 소수에 의해 향유되고 일부 계층에만 고립돼 있지 않았다. 새로운 문화의 출현에 금세기 사람들은 기뻐했고 때로 그대담함에 혼란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다양한 빛깔로 보통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녹아든 20세기 문화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금세기초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세기 문화를이끈 인물들과 변화양상을 중요한 문화의 조류를 따라가며 연대별로 하나씩 그 의미를 되짚어본다.

'황금의 세기' 20세기. 격동의 한 세기가 저문다. 눈부실정도로 모든 것이 변한 신세기였다.지난 1백년은 시민·문화·기술혁명의 시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인류역사상 20세기만큼 모든 좌표가 크게 달라지고 흔들린 세기는 없었다. 봉건이라는 낡은 외투가 벗겨지고 자유와 평등의 찬란한 햇볕이 그득히 쏟아진 신세기. 시민이 역사의 주체가 된 것도 금세기였고 문화가 대중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화려하게 꽃피워진 것도 20세기였다.

금세기의 문화는 한마디로 새로움이었다. 유령처럼 일상밖을 떠돈 공허함이 아니라 일상속에 고스란히 녹아든 새로운 이름의 생활양식이었다. 사람들의 새로운 의식과 행동, 정신세계에 의해 잉태된 새 세기의 문화는 'New'와 'Modern'이라는 이름으로 그 옷을 바꿔 입었다.20세기라는 길이 열리면서 어둡고 음울했던 차이코프스키와 바그너, 니체의 시대는 종지부를 찍었다. 대신 드뷔시, 카루소, 엘비스 프레슬리의 달콤함과 파격이 그 자리를 메꿨고 피카소, 사르트르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실존을 향한 힘이 넘쳐났다. 고전과 낭만이 점차 삶에서 멀어지고 인상과 추상, 입체가 '아르누보'(Art Nouveau)와 '현대'(Modernism)라는 이름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최초로 LP음반이 출현했고 사람들은 스윙과 팝에 환호했으며 TV·라디오는 그들의 생활과 가치관을 급격하게 돌려놓았다. 시민은 20세기 문화의 주인공이었다.

금세기가 열리면서 사람들은 화려함에 젖어들었다. '벨르 에포크'(Belle Epoch). 아름답고화려한 시대가 개막됐다. 그 화려함은 주택과 길거리, 막 새로이 건설된 지하철에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풍요로움이 거리를 휩쓸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은 '빛의 도시' 파리로 몰려들었고 행복을 그리던 인상파 화가들이 드디어 중심에 서게 되었다. 르네상스의 전통에 얽매여 있던 19세기와의 단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반복과 답습이 아니라 모든것이 새로 출발한 것이다.

20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유럽은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였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등모든 장르의 예술이 활짝 꽃피었다. 인상파, 입체파, 야수파가 전시회를 주도했고 12음기법의 출현은 현대음악을 예고했다. 1875년 조각가 프레데릭 바르톨디가 미국독립을 기념해 만든 '자유의 여신상'. 19세기의 산물이지만 금세기의 사회상과 문화의 양상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상징이자 기념비였다. 자유와 평등. 누구나 대지의 기운을 마음껏 호흡하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문화를 함께 노래했고 문화를 살아 숨쉬게 했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은 때때로 그 빛을 잃기도 했다. 4천8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 2차 세계대전과 공산주의. 인간의 광기는 극에 달했다. 합리주의의 무능력함이 증명된 이후 비합리와 광기가 문화에 스며들었다. 다다이즘과 네오 다다이즘, 네오-네오 다다이즘등 새로운 사조들이 발아했다. 이같은 조류는 인간정신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일부 예술가들은 빈 벽을전시하거나 조각을 폭발시키고 얼굴에 금가루를 칠한채 세 시간동안 앉아서 죽은 토끼 한마리를 설명했다.

무거움에 짓눌린 20세기 사람들은 가벼움으로 치달았다. 재즈와 팝, 로큰롤이 넘쳐났고 비틀즈와 히피가 거리를 휩쓸었다. 팝아트와 비디오아트, 컨템포러리댄스, SF영화가 피카소의 '게르니카'나 푸치니의 '토스카'를 밀어냈다. 한편으로 현실공간에서 도피하려는 사람들은 가상현실의 사이버(Cyber)세계로 숨어들었다.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 20세기를 살아온 대중들은 20세기 문화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19세기와의 단절처럼 다가오는 새 천년은 또 어떤 모습으로 금세기와 단절될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20세기는 분명 인류문화사에 있어 큰 분수령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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