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판단중지

입력 1998-08-18 14:22:00

요즘같이 매사가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어떤 선택과 판단에 뒤쫓길때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회에선 더욱 더 그렇다. 음식점에서는 빨리주문해야만 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고 주문받는 이도 그런 표정을 짓는다. 도로에서도 같은 상황이고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도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월드컵 축구경기마다 승패가 판가름나는 것과 동시에(특히 패배했을때 더욱)축구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부터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과 감정상태까지 너무나 빨리 평가돼버리고 만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즉흥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을까. 이러한 빠른 속도감이특히 사람을 판단하는데 적용되면 문제는 더욱 더 커진다. 오해와 편견이 걸러지지 않은채그릇된 판단으로 이끌 때가 적지 않다. 이럴땐 오히려 잠깐 판단중지 해보는 것이 어떨까.판단중지! 이것은 내경우 여러가지로 쓸모있는 애용품이다. 우선 그것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시원한 바다를 상상할 여유를 준다. 성급한 판단으로 인한 오해나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므로 상황에 좀 더 객관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약간만 악용(?)한다면 애매한 변명을 않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 훌륭한 답변이 되기도 한다.

판단중지를 할 경우 시간이 더딜 수는 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도 있지 않는가. 작은 것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느린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인테리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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