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라토리움 선언 국내 파장

입력 1998-08-18 14:59:00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우리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우선 러시아에빌려준 경협차관을 제때 상환받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러시아 국공채와 주식값의 폭락으로여기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아시아나 동구등 이른바 신흥시장에 대한 국제신인도의 추락으로 외국투자자들의 이탈은 물론 외평채의금리상승과 함께 신규 차입도 상당한 차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더욱 큰 문제는 러시아에 많은 돈을 빌려준 독일을 비롯한 유럽계 은행들이 이번 사태로 엄청난 자금 압박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지난달말 현재 세계민간 금융기관들이 러시아에 빌려준 돈은 7백22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독일이 3백5억달러로가장 많고 프랑스 70억달러, 이탈리아 43억달러 등으로 이들 유럽계 은행들은 자금압박이심해질 경우 아시아 채권국들에 대한 채권회수에 착수하거나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엔화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다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미국, 유럽계 투자자본의 이탈이 겹치면서 아시아는 제2의 외환.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지난해말 외환위기 이후 지난 4월 40억달러의 외평채발행에 성공함으로써 다시 국제금융시장에 복귀하는등 외환위기를 극복한 우리나라도 이같은 러시아발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러시아 채권 회수전망=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경협차관의 회수에 큰 차질을 빚게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1년 경제협력 차원에서 산업은행 등 10개 은행의 은행차관10억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한 소비채차관 4억7천만달러 등 14억7천만달러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이중 현재까지 원자재 등 현물로 상환받은 금액은 2억8천2백만달러이며 이자를 포함한 미상환액은 17억6천8백만달러에 달한다.

이중 올해안에 1억6천8백만달러를 받고 나머지 16억달러는 내년이후 상환받기로 일정이 잡혀져 있다. 정부는 이 돈을 현물로라도 상환받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양국간 협상을한다는 방침이지만 과연 제때 상환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러시아 국공채값의 하락으로 여기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이 러시아 국공채에 투자한 액수는 10억2천만달러. 재경부 관계자는 올들어 러시아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매입했던 러시아 국공채중 상당 물량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여 손실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국내 금융기관은 상당한 손실과 함께 대외신인도의 하락이란 또다른 악재를 만나게 됐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수출 타격=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7년 17억6천7백만달러)에 그치고 있지만 연간 규모가 5억달러에 달하고 있는 보따리 장사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의 외환사정 악화로 수출대금 회수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게 산자부와 대한무역진흥공사의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가전.자동차.식품류 등이 타격이예상되는 가운데 라면.과자류 등 대러 수출의존도가 20% 이상인 품목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러 수출은 90년 수교이후 지난 96년말까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는 높은 신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0.1%가 줄었고 올상반기에는 9.8%가 줄어드는 등 위축세가 뚜렷하다. 특히 가전업계의 대러 수출은 올들어20~30% 줄어들었으며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전체로는 5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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