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된 구미광평동 일대

입력 1998-08-17 00:00:00

매년 장마철처럼 당국의 재해대책은 단 한번의 폭우에도 속수무책이었다.

16일 휴일을 맞은 구미시 광평동 주민들은 별다른 비 피해가 없을 것이란 일기예보만 믿고늦잠을 즐기다 졸지에 밀어 닥친 물난리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이날 오전 8시10분쯤 "주차차량을 대피시키라"는 동사무소의 긴급방송은 이미 때늦은 조치였으며 동네에서 3백여m 떨어진 광평천의 물이 들이닥쳐 이곳은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동네를 지나가던 택시는 비상등을 켜둔 채 운전사가 겨우 몸만 빠져나가고 완전히 잠겨 상황이 긴박했음을 보여줬다.

"동네에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시청으로 전화하니까 서로 관할이 아니다, 우리부서 소관이 아니다라고 미루면서 전화를 끊어 버렸어요. 도대체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한 청년의 항변이다.

이 청년은 갑자기 물이 차오르자 단 한대의 주차차량이라도 피해를 당하지 않게하기위해 인근에서 밧줄을 구해 새마을금고앞에 매달아 놓았으나 차량이 침수당하는 바람에 헛수고만했다.

이같은 물난리속에 80세대 2백50여명의 광평동 주민들은 광평초교에서 대피하며 집안걱정에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주민들은 인근 국도33호선 교량건설 공사장에서 교량밑에 묻어놓은 토관으로 물이 제대로빠져나가지못해 제방이 터지면서 물이 마을을 덮쳤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약간의 비에도 물이 넘쳐 지난주에는 "공사장의 토관을 걷어달라"고 건의했으나반응이 없었다고 격분했다. 2년전 구미시 진미동 입구마을 인근 공사장에서 임시 물막이 공사를 제대로 하지않아 폭우가 내리자 동네전체가 물에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동생집의 물난리 소식을 듣고 대구에서 달려왔다는 50대 남자는 "이것은 공직자들의 태만에서 비롯된 명백한 인재(人災)" 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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