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자료에 비친 일제36년 생활상

입력 1998-08-15 15:07:00

상해임시정부 발행 독립공채, 소금배급표, 식산주식회사의 저금통장, 타도 일본제국주의 구호가 적힌 등사판 삐라, 전차표, 담배갑….

대구의 우표수집가 허진옥씨(49.정보통신부 우표고증위원)는 일제 강점기의 물품, 특히 종이로 만든 것은 무엇이든 수집한다. 30년 가까이 이렇게 모은 것이 8천여점. 일제시대의 종이류 자료를 이만큼 다양하게 모으기는 드문 사례이다.

우표수집을 하다 우연히 일제시대 봉투속의 영수증을 접하면서 수집벽이 발동했다는 허씨."36년간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겪었던 핍박의 세월이 자질구레한 영수증 같은 데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어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국내외에 걸쳐 모은 것중에는 한국근대사나 생활상에 관해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이 적지않다. 상해임시정부가 독립자금 모금을 위해 지난 42년 발행한 독립공채에는 초대재무총장이시영(이시영)의 이름으로 대한민국3년 4월1일 발행했다는 내용이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소 한마리값이 1백원했던 때 50원짜리였던 독립공채는 대개 신변위험때문에 흔적을 없애버려 지금은 찾아보기 매우 힘든 자료이다.

42년 당시 각 가정의 소금배급표에는 '대구부 봉산정 제1구연맹 세대주 신옥, 가족 10인수령량 4월30일 천일염 50근 기타 20근'식으로 배급일정과 양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소화(소화) 17 미곡연도'라 표시된 군용미차출통장,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영업안내장과 대부비료대금 납입통지서, 전기사용 영수증, 라디오 청취료 독촉장, 사용때마다 구멍을 뚫게돼있는 전차회수승차권, 고급담배인 미도리.흥아와 쌈지담배인 장수연.부용의 포장지 등등….당시 자료를 구하려는 일본인들의 방문도 더러 받는다는 허씨는 "설령 큰 돈을 준다해도영수증 한장도 팔지않겠다'며 "하찮은 자료들이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로 여기고 있다 "고 말했다. 허씨는 일본이 전화.우편 등 통신합방을 했던 1905년 또는 경술국치인 1910년의 1백주년에 맞춰 그간 정리해둔 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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