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각성의 계기되길

입력 1998-08-14 00:00:00

민족의 멍에라고 불러야 할 일제(日帝)하 군대위안부문제는 종전(終戰)반세기가 넘어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반인간적 만행에 대해 일본은 끝내 정부차원의 시인·사과·배상을외면해왔고, 우리정부는 과거사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다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구축을서두르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UN은 이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있다. 위안부문제를 다루는 한·일 민간단체들의 끈질긴 진상규명 캠페인은 급기야 UN인권위로 하여금 소위(小委)를 구성하도록했다. 그 결과가 어제 제네바 UN인권위에 제출된 '차별방지·소수자보호 소위원회'의 보고서는 피해자인 우리입장에서 볼 때 속이 후련할 정도다.

소위의 특별보고관 게이 맥두걸변호사(미국)의 이름을 따 맥두걸보고서라고도 불리는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온 일본의 입장을 조목조목 지적, 반박하는 논리가 돋보인다. 일본정부가 한국 정부와의 협상(65년 한일협정)으로 배상은 종결됐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 한일 협정당시 사실이 은폐돼 있었고 개인에 대한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전쟁당시 한국인은 일본국민이므로 전쟁법적용이 안된다는 일본 주장에 대해, 보고서는 위안부문제는 노예문제로 다뤄야 하며 영토관계와 무관하다고 반론했다. 또 노예제도가 당시에는 금지되지 않았고 전쟁법은 강간을 금지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에 해당된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보고서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노예제도는 당시국제법으로도 금지돼 있었고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선 뉘른베르크 재판등에서 보듯 소급입법을 인정해왔다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위안소를 '강간센터'로 규정한 맥두걸보고서의 요지는 일제의 노예거래·전쟁범죄로서의 강간·반인도적(反人道的) 범죄로 군대위안부의 성격을 규정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해결책으로 UN인권 고등판무관의 적극개입을 촉구한 것이다. 고등판무관이 가해 생존자 형사처벌을 위한 피해자 확인활동을 하고 일본의 배상수준도 결정토록 하자는 것이다.이번 보고서에 앞서 나온(96년) 보고서도 인권문제를 거론했지만, 맥두걸보고서는 일본에 큰부담을 주는 작용을 할 것같다. 마침 국민성금으로 위안부 역사관(경기도 광주)이 1년반만에완공을 보았다. 일제의 잔혹상을 다시한번 고발하면서 민족의 수치를 한차원 승화시키기 위한 역사관이 이제야 문을 열게된 것이다. 우리정부는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면서 UN인권보고서에 나타난 논리와 정신을 거울삼아야 하리라 본다. 일본의 뒤늦은 각성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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