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 있는가. 나는 사대부(士大夫) 자손인데" "뭣이 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 자손인데",
"팔대부는 또 뭐꼬"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었는데" "아, 문하시중? 그까짓것 우리 할아버지는문상시대(門上侍大) 지냈거든",
"문상시대? 그건 또 뭔가" "문하보단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는 시대가 더 크거든".벼슬아치와 지식층의 대명사인 '양반'과 '선비'가 논다니 여자 '부네'를 서로 차지하려고 짧은 학식과 지체 자랑을 하다가 "쓸데없는 딴짓거리는 집어 치우고 밀린 환곡(세금)이나 빨리 내놔라"고 재촉하는 하급관리 '이매'의 호통에 계면쩍게 망신을 당한다. 영락없이 민생은뒷전인 채 지위와 자리다툼만 하고 있는 우리 정치판 모습 그대로다.
이어 쪽박을 찬 '할미'를 비롯 '백정', '각시', '초랭이' 등 헐벗고 굶주린 상민들이 차례로등장, '양반'과 '선비'를 향해 던지는 신세타령과 뼈있는 넋두리가 총체적 난국에 시달리는서민들의 애환과 불만을 대변해 주면 관객들의 가슴속이 후련해진다.
IMF 대량실업 사태후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요즘들어 토요일 하루 6백여명, 일요일엔 1천여명이 자리를 메워 하회마을 탈놀이전수관은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손님이 없어 울상인 도시 영화.연극 공연장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탈놀이보존회 임형규 회장(45)은 "탈로 얼굴을 감춘 옛날 하층민들이 해학과 풍자로 지배계층을 신랄히 비판하고 골려주는 대목이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며 올 연말까지 관람객이 7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통문화의 확대보급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하회탈놀이 상설공연은 무료이며, 연중 매주 일요일 오후4시 1회, 휴가철인 8, 9월은 토요일 오후에도 마당극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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