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들 더 울리는 비...비

입력 1998-08-10 15:08:00

7월 1일 이후 10일 현재까지 41일간 비오는 날이 63%인 26일에 이르고 6월말 이후 7주째주말마다 비가 내리자 가뜩이나 일거리가 없어 허덕이던 건설일용직 근로자들과 실직 후 거리로 나선 노점상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지난해말 지역 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로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가 전면 중단된 뒤 거리로나앉은 건설일용직 근로자들은 상반기에는 드문드문 있은 소규모 주택 및 상가건설 현장에서 일해왔으나 7월 이후 잦은 비 때문에 이마저 대부분 중단된 상태이다.

대구지역건설노동조합 서용호 사무국장(39)은 "전체 건설근로자 15만여명 가운데 10만여명이상이 한달에 단 1일도 일거리를 얻지 못한다"며 "가끔 나오던 개인주택과 상가 신축공사마저 7월 이후 완전히 끊겨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 근로자들이 받는 일당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만~5만원선으로 떨어졌으며, 상당수가집을 담보로 대부받은 실직자 생계비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

생계유지를 위해 유원지 등지에 노점상으로 나선 실직자들도 하루살이가 힘겹기만 하다.우방랜드 입구에서 노점상을 하는 박모씨(52.대구시 달서구 성당동)는 "갈 곳이 없어 비오는 날에도 장사하러 나온다"며 "하루 종일 장사해 봐야 5만원어치 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기존 상인들의 텃세와 권리금, 자릿세 등쌀에 못이겨 변두리에 포장마차를 차려 진출한 노점상들도 7, 8월 유례없는 긴 장마에 개점휴업 상태로 한숨만 짓고 있다.

대구 달서구 성서지구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배모씨(37.대구시 서구 평리동)는 "손님이 1~2팀이라도 있는 날은 1주일에 2~3일 밖에 안된다"며 "일자리 구하러 다니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마지못해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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