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애-고산가 "400년 영호남 교분"

입력 1998-08-10 14:31:00

경북 안동의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가와 전남 해남의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가가 4백년이 넘도록 두터운 교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화제다.

두 집안은 조선 선조 때 유성룡과 윤선도의 부친 윤유기가 교유한 이래 대대로 친분을 다져서애의 14세손인 유영하씨(72)와 고산의 14세손인 윤형식씨(65)에 이르기까지 무려 4백여년간 왕래를 계속해오고 있다.

이들 종가의 오랜 교유는 근래 깊어진 영호남 갈등과도 크게 대비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선조 당시 사색당파 중 남인에 속했던 이들 양가는 영의정 유성룡이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윤유기와 사귀면서 가까워져 서애의 고택인 안동 충효당과 고산의 고택인 해남 녹우당간의상시적인 만남으로 발전했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장거리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호방문과 서신왕래 등으로 친분관계가 유지되던 양가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것은 일제시대를 통과하면서였다.

국가, 사회적 격변기를 거치는 사이 잠시 왕래가 끊긴 양가는 지난 70년대 중반 녹우당의윤형식 씨가 충효당의 유영하 씨를 찾은 것을 계기로 예전의 관계가 복원됐다. 당시는 유신정권 탄생으로 영호남 갈등이 본격화하던 때였으나 두 집안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옛정을되살려 이를 더욱 두터이 하기 시작했다.

유영하씨 등 서애의 후손은 10여년 전 해남을 찾아 후한 대접을 받았고,유씨의 모친과 아내도 이후 3차례에 걸쳐 녹우당을 방문해 며칠 동안 함께 밤을 지새는 등 가족간의 교분으로발전했다.

윤형식씨도 지난 4,5년 전 대학생이던 딸을 안동에 보내 그 집안의 전통내력을 배워오게 했고 지난 5월에는 내외가 다시 충효당을 찾아 역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이들 양가는 이같은 직접 교유 외에 틈이 날 때마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는 등각별한 정을 나눠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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