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 여고 1학년 영어수업 시간. "여기까지는 (과외들을 할테니까)다들 알고 있지"중년을 훨씬 넘어보이는 초로의 교사는 주마간산식 진도나가기에 여념이 없다.학생들은 과외에 매달려 학교 수업이 겉돌고,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학교로 부르면 '봉투'를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한채 이민을 마다않는 이해할 수 없는 곳.
건국 50년을 맞은 우리 교육의 현실은 온통 뒤틀려 있다.
오로지 대학, 특히 서울대등 일류대 진학만이 자녀교육의 전부인 양 왜곡된 현실속에 사교육비(96년 현재 23조4천억원가량)가 공교육비(22조7천억원)를 넘는 이상교육열을 갖고서도여전히 노벨상 한번 수상할 만한 과학적인 업적이 없는 나라.
모든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이 "이제 잘못된 교육을 과감히 바꾸지 않고는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공감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대 개혁안이 발표됐다.
그동안 좁은 울타리 안에서 '국내 제일'이란 명성에 안주하던 서울대가 무시험전형을 통한신입생 선발제를 확정하고 다른 대학들도 이에 동참키로 하면서 교육계전반에 엄청나고도신선한 파문이 일었다.
오는 2002학년도 부터 무시험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2+4'학제를 도입하겠다는 서울대 입시개혁안은 한마디로 고교교육의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비 근절과 연구중심대학 양성이라는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즉, "죽은 학교 교육을 살려내고 세계속에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자"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번 개혁조치는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를 뜯어 고치지 않고는 전인(全人)교육은 공염불에불과하며 세계속의 일류국가 건설도 요원하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에 따른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교육 개혁안에 대해 교수와 대학생들의 반발이 거세 그 항로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서울대 자연대를 비롯한 교수들이 "학부대학과 전문대학원.일반대학원으로 구분, 대학 2학년때 전공과목을 선택케 하는 개혁안은 기초과학의 육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개편안의 재검토를 요구한데 이어 수도권 대학 학생들도 개편안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또 교육개혁안 자체에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시험 전형의 주요 골자인 고교장 추천제의 공정성 확보, 고교종합 평가에 따른입시 과열,'치맛바람'과 촌지문제 등 교육 정상화의 목표 실현이 결코 쉬운일이 아닌 것이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경희대변인은 학생평가와 관련, "필요하다면 고교별로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생부성적 평가기구'를 구성해서라도 성적산출에 따른 시비를 사전 차단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교장이 독단으로 학생을 추천할 경우 그 공정성에 대해 학부모들이 이의나 불만을제기할 것은 불보 듯 뻔하다"면서 "학생을 가장 잘 아는 담임교사의 논의를 거쳐 후보자를선출한 뒤 교장이 최종 추인하는 형식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오성숙회장은 "학생을 직접 선발하는 대학의 역할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면서 "교사들이 학생을 직접 '평가'하기보다는 있는대로 기록하고 각 대학이 면접등을 통해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혼란은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대학과 고교,교장.교사, 학부모, 학생등 교육의 각 구성원들이 각자 정상적인 역할을다하는 가운데 협력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교육개혁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나 대학이 담당했던 수능시험과 같은 학생 선발권을 일선교사나 학교장에게 대폭 이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업성적 위주의 평가'에 익숙해져 있는 학부모.교사 및 학생들의 의식개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만일 교육 구성원들의 상호노력으로 교육개혁이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21세기의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세계를 선도할 창의적인 인간형을 육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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