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준비위 결성

입력 1998-08-06 14:51:00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民和協) 준비위원회가 5일 결성됨으로써 민화협 결성작업이본격화됐다.

예정대로 오는 15일 광복절에 민화협이 출범하게 되면 정부 수립 이후 50년만에 처음으로명실상부한 민간통일운동 상설협의체가 구성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남북 당국만이 대화창구를 독점함으로써 정작 통일운동의 주체가 돼야 할 민간부문이 철저히 소외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민화협 구성을 계기로 민간부문이 대화의 주체로 당당하게 나서게 될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민화협 준비위측은 이에 대해 "민간분야의 통일노력이 김대중 국민정부의 출범 후 남북기본합의서의 실천을 약속하는 등 정부의 통일정책이 화해와 협력을 기조로 하는 방향으로 바뀐상황과 맞물려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전같으면 북측의 통일전선전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로 민화협 같은 단체결성은 운도떼지 못하게 했겠지만 정권교체 덕분에 이 정도나마 '결실'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민화협준비위에 여당이 참여하고 있는 점 등은 민화협의 결성 취지에 정부측도 공감하고 있음을보여주는 대목이다. 민화협 준비위측이 '民과 官이 함께하는 통일운동의 새 시대가 개막됐다'고 의미 부여한 것도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년 동안 남북 당국이 대화창구를 독점해 온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소문 난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한 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수많은대화와 접촉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이산가족들이 편지 한 장주고 받지 못하는 사실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화협이 결성취지를 제대로 살린다면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데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라는 명칭에도 나타나 있듯이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역량을 모은다면 북으로부터의 화답(和答)도 기대해볼만하다는 것이다.북측은 지난 6월 8일자로 정당, 사회문화계, 종교계 등 각계 단체와 인사들로'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회장 김영호 사민당 부위원장)를 구성,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통일을 바라는 남조선과 해외 여러 단체 및 인사들과의 내왕과 접촉, 대화와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과 북에서 거의 동시에 민화협이 결성되게 되는 현재 상황은 지난 48년 4월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가 개최되던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 김구(金九), 김규식(金奎植) 선생과 김일성(金日成) 주석 등 남북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은 해방 이후 유일무이하게 남북간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실제 일부 참여단체들은 "정상회담까지 포함하는 양 당국 간 대화만으로는 민족통일.통합을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제 정당 사회단체연석회의' 같은 형태의 민간부문의 대화 접촉을통해 민족 구성원들의 뜻을 결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민화협이 그 모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민화협 준비위에는 보수에서 진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정당 시민 사회단체들이 망라돼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민화협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범민련 남측본부나 한총련의 참여 문제는 남측 민화협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자칫 남북민화협 간에 심각한 논란을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정법 상 이적단체로 분류돼 있다는 이유로 이들 단체는 민화협 준비위 참여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않고 있으나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대전제로 할 때 이같은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북측이 이들 단체를 '통일애국단체'로 규정하고 있는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남북 민화협 간의 '괴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화협 준비위의 한 관계자는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동의하는 단체에게 제한없이 참여의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민화협의 결성 취지는 남북 간 화해협력 추구라는 큰 뜻외에도 남한 내부에서 통일운동의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는 '남남대화'의 속뜻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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