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핵심 비켜간 지방정부 개편

입력 1998-08-06 00:00:00

지난주말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1단계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언론에 공개했다. 골자는 기존기구의 축소와 인력감축이다. 대구시는 현재 13국 49과를 10국 43과로 줄이고, 경북도 역시3국 5과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도 대구시 6백6명, 경북도 4백84명씩 각각 함께 줄인다.

그러면 이같은 내용의 조직개편안이 시행되면,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확보될수 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의적이다. 이번 구조조정안은 문제의 핵심보다 주로 주변적인 것에 손을댔기 때문이다. 인력감축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의 정부경쟁력이 뒤지는 주된 원인은 정부인력의 비대함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정부의 무능, 국민생활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간섭,정부내의 부정과 비리, 정부인력의 낮은 생산성 등이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공무원 숫자는 OECD 국가중 인구대비 최하위수준에 있다. 특히 사회복지, 소방, 경찰, 환경, 교통 등의 경우에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인건비 측면에서보더라도 그렇다. 대구시의 경우, 시전체 예산중 인건비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따라서시공무원 10%를 줄인다해도 그 여파는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포함된 다른 내용도 마찬가지다. 부서 이름을 바꾸고, 부서들을 여기저기붙였다 뗐다하는 방식은 과거에 너무나 많이 써먹은 구태의연한 방법이다. 이같은 방식은알맹이보다 포장만 바꾸는 것이어서 조직개편의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대구시의 경우, 경제국과 산업국을 합쳐서 경제산업국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같은 부서간의 단순한 물리적 통합은 국장이나 과장자리 한 두개 없어지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의미가 없다.

요컨대 이번 조직개편안은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있다. 비단 이번뿐 아니라,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개혁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서류상의 개혁이 돼서는 곤란하다.

앞으로는 지역주민이 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하려면 조직개편작업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철저한 진단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행정의 화학적 성분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여기서 심층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점이 지역주민의 행정수요와 지방행정기구 및 인력의 연계성, 기존의 시·도-시·군·구-읍·면·동간의 역할분담체계,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역할 및기능의 분석, 정부인력의 능력개발체계 등이다.

특히 인력효율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인력효율은 미·일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약 1/3~1/5 수준이다. 인력누수가 심하기 때문이다. '장'자 붙는 관리자의 비율이 선진국의 2~6배에 이르고, 총무과 감사실 등으로 대표되는 지원부서의인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최소 2~3배 비대한 편이다. 이외에도 하부기관을 지도·감독하는기능, 국민에 대한 규제와 단속기능이 너무 과다한 것도 문제이다. 이러한 요인을 종합해 보면, 지방행정 인력중 순수하게 지역주민에게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인력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직개편작업은 또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지역내 전문가들의 의견이 최대한 결집될수 있도록 해야한다. 과거처럼 소수가 밀실작업을 통해 개편안을 만들고, 어느날 갑자기 터뜨리는 '깜짝쇼'와 같은 방식은 지양되어야한다. 그래야만 그 결과에 대해 일반공직자들이 쉽게 수긍하고 승복한다.

따라서 향후 조직개편작업은 관(官)독단적으로 추진되기보다는 민·관 공동으로 수행하는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의 지방조직개혁이 늘 주변적인 것에만 손을 댄 근본적인 이유는 관료들에게 전적으로 조직개편작업을 맡겼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 자기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서울시가 이번 조직개편작업의 책임자를 민간인으로 위촉하고 여러 민간전문가를 개편위원으로 참여케 한 것은 이같은 점을 인식해서이다.

〈계명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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