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진로 바로잡아야

입력 1998-08-05 15:10:00

국회의장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심한 후유증에 휩싸여 국회 원(院)구성이 중단되고 국회가 다시 공전(空轉)상태에 빠진 것은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회정상화의 기대감이 무너지고 야당으로서의 한나라당 위상이 처참하게 추락하는 광경에 건강한 정치적 견제세력 부재를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이번 경우 한나라당은 의장선거의 패배를 단순한 집안단속 실패차원에서만 평가하거나 여당의 '공작'탓으로만 이해하려든다면 앞으로 남은 길은 몰락뿐이란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먼저 자유경선을 제안했으면서 결과가 좋지않다고 후속되는 국회부의장선출과 상임위원장배분등 원구성을 거부하고 국회를 공전시킨 것은 제1야당으로서의 이성적 자세가 아니다.무국회(無國會)상태의 책임이 이전까지 자유경선거부로 원구성협상에 경색된 입장을 보였던여당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커진 것이다.

국회 정상화는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전체의 의무며 책임이다. 특히 야당에 있어선 집권세력을 감시하고 비판 견제하기위해선 무엇보다 국회가 열려야하는 것이다. 의회주의에선 그것이 최선의 수단인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자신들의 내부문제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국회의장선거패배를 빌미로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것은 스스로를 무력화시키는 짓이라하겠다.어떤 명분으로도 국회의 파행과 공전은 용인될 수 없다. 야당은 당내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하면서 조속히 원구성을 마무리짓고 국회를 회복시켜 시급한 국정현안처리에 나서야한다.지금 국회가 처리해야할 현안가운데는 국가위기극복에 직결된 사안들이 숱하게 쌓여있다.여야의 정쟁으로 어물어물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모른다면 이 나라 정치를 맡을 자격이 없다.

이번 사태로 빚어진 한나라당의 지리멸렬상(支離滅裂相)은 한번은 겪어야할 일이 의장선거를 계기로 불거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구여(舊與)시절 이질적 정치세력들이 모여 권력을 중심으로 덩치만 키워놓았던 정당이 야당으로 바뀌면서 정체성과 구심점을잃은 결과라할 수 있다. 그것이 국회다수당이지만 선거에선 질 수밖에 없는 실상인 것이다.거품이 빠진 야당으로서의 한나라당의 진면목을 보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더이상 당의 외형에 연연하지말고 건강한 야당으로 다시태어날 길을 찾아야한다. 지금보다 작더라도 진로와 이념이 분명하고 구심력과 지도력을 갖춘 선명하고 튼튼한야당이 돼야할 것이다. 국회정상화를 위해서도 합리적 방식을 찾아 국회속에서 새 야당의위상을 보여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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