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계단과 다리

입력 1998-08-05 14:19:00

절은 다른 공간에 비해 비교적 계단이나 다리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계단이나 다리마다 묵직한 의미를 부여한다. 해탈이나 극락, 청운, 백운, 백팔등 살아가면서 지워야할 것과 이루어야할 궁극을 계단과 다리에 함께 놓는다. 딛고 오름과 밟고 건넘은 자아의 수직적 상승과수평적 이동으로 대변되는 수행체제, 즉 점오(漸悟)와 돈오(頓悟)를 상징한다.한계단 오를 때마다 점점 시야가 넓어지듯 점자의 단계를 거쳐 더이상 가릴것이 없는 인천안목(人天眼目)을 얻는 것이 점오(漸悟)의 세계다. 돈오(頓悟)는 말그대로 단숨에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혁명적 세계관의 전환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점오(漸悟)와 돈오(頓悟)는 제법 치열하게 수행과정의 옳고 그름에 대한 힘겨룸을 해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지금까지도 논리속에서는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계단을 오르듯 수행하는 방법과 다리를 건너듯 수행하는 방법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무의미하다. 수직과 수평이 교차되면서 형성되는 직각의 사이가 무한하듯 다양한 존재의 길닦는 법도 무한하다. 중요한 것은 눈 밝은 자가 있어 각자에게 맞는 길을 지시해 주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작금의 상황을 제대로 길 트여줄 지도자가 있어서 계단으로 인도할 지, 다리로 인도할 지를 명확히 구분지어줄때 저 높은곳에서, 저 건너편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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