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모국의 마지막 밤'

입력 1998-08-03 15:04:00

2일 구미시 도량동 파크맨션 103동 507호 손명식씨(41·구미 제일로타리클럽 회장)집에는 1일 저녁부터 함께 지낸 러시아 한인3세 모국어연수팀이 함께 김밥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박 알베르뜨(15), 김이걸(14), 손샤샤(15)와 통역을 맡은 박영재씨(48·사할린 전화교환원)등 4명이 한달 남짓 한국생활을 끝내고 돌아가는 마지막 날 손씨의 초대로 1박2일간의 민박을 한 것.

첫날 어색해하던 모습은 하루만에 안개 걷히듯 사라지고 연신 미래양(10·도량초교3), 병조군(5)과 함께 무등을 타고 씨름을 하는 등 금세 한식구가 됐다.

비록 말과 글이 안통하고 다소 얼굴모습도 이상한 듯 하지만 미래는 3명의 낯선 오빠들과놀이를 하며 연신 깔깔거리고 병조는 연신 샤샤형의 목을 감고 어깨에 올라타는등 형! 형!하며 따라다니자 굳어 있던 표정이 활짝 풀렸다.

손씨의 부인 박명순씨(39)는 "우리 핏줄을 만나 반갑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안타깝다"면서도 귀한 손님들을 깨끗이 이발까지 시키고 김밥과 잡채 등 특식(?) 만들기에 신바람이났다.

하룻밤을 함께 지낸 이들은 "언제 또 다시 할아버지의 나라를 볼 기회가 있겠느냐"며 아침일찍부터 금오산과 주변 유적지를 돌아본 후 오후엔 재래시장 모습도 보며 고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뜻깊게 보냈다.

박 알베르뜨군(하바로프스크 10학년)은 "한국의 가정은 무척 인정이 많고 사는 모습이 많이다르다"며 "오빠, 형하며 따르는 미래와 병조가 친동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손씨는 "우리의 핏줄, 맥을 이어주는 말과 글을 가르치기 위해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러시아, 중국 등 한인3,4세들에게 우리교과서를 전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틀째 함께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는 이들은 서투른 한글이지만 주소를 교환하느라 바빴다.〈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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