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브랜드 없어

입력 1998-08-03 14:14:00

아라비안 트레이딩 에이전시의 사장 헤만 G. 바티아는 두바이 직물시장의 터줏대감. 두바이시장에서 40년간이나 직물수입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 74년이후 서너차례 한국을 방문한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 특히 대구 섬유산업의 장단점을 훤히 꿰고있다.일본업체가 짠 직물견본을 한국업체에 건네준 뒤 수입주문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거래한 업체 수를 묻자, 명함철부터 꺼집어 냈다. "동국·성안·갑을·신라·대광·쌍마·이화…" 어눌한 발음으로 나열하는 지역 섬유업체만도 40~50개가 넘었다. 그는 두번씩이나 파산한 모 업체도 그의 도움으로 회생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터줏대감'도 최근 한국산 직물수입을 줄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물수입 부문은동생에게 넘겨주고 그는 시계수입상으로 업종을 바꿨다. 직물수입의 경우 위험부담이 너무크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 섬유업체들이 두바이 시장을 처음 두드린 지난 85년부터 92년까지는 한국 직물을 수입, '재미'를 본 바이어들이 많았습니다. 수천만 달러를 번 사람도 있었어요. 이러한 소문이번지자, 인도에 있는 전 재산을 팔아 두바이에서 직물수입에 나선 인도인도 상당수됩니다.그런데 92년부터 시장상황이 급변, 바이어들의 수입이 줄기 시작했어요. 두바이 주변으로의재수출 시장상황이 나빠진데다 수출업체와 수입상 수가 급격히 늘면서 경쟁이 극심해진 탓입니다. 올해도 직물 수입상들의 부도가 많습니다"

그는 "92년까지 매년 1천만달러 어치의 직물을 수입했으나 지난 2년간은 절반수준인 6백만달러 어치만 수입했다"고 밝혔다. 시장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다. 러시아와 폴란드, 터키, 이란 등 두바이 재수출 시장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있다는 것이다.두바이 시장에서 한국산 폴리에스테르 직물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물었으나 그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10년전과 시장상황을 비교할 때 인도네시아산 조제트 직물의품질이 굉장히 좋아졌다"면서 "인도네시아산 프린팅 제품과 다면지도 두바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기자도 우회해서 질문했다. 한국 직물수출업체들이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그는 다품종 소량주문에 응하지 않는 점을 먼저 꼽았다. 그는 이어 "성안·동국 등 몇몇 대기업의 경우 자체 브랜드를 붙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한국산직물은 브랜드가 없다"며 "브랜드를 붙여야만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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