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으로 얼룩진 이상화時 50년

입력 1998-08-03 14:16:00

향토의 대표문인으로 추앙받아온 이상화 시인의 작품해석이 50년 가까이 왜곡돼온 것으로드러났다.

이상규 교수(46·경북대 국어국문과)의 논문을 통해 왜곡된 부분을 살펴본다.

…이세기를 물고너흐는, 어둔밤에서…

비음(緋音)의 한 구절인 여기서 '물고너흐는'을 각 출판사들은 '몰고 넣는'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대구방언 '물고너흐는'이 '물어뜯으며, 뒤흔들며 놓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사실을 모른 탓이다.

…혼자라도 갓부게나 가자/ 마른논이 안고도는 착한도랑이…('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대구문협과 고교 교과서에서는 '갓부게나'를 '가뿟이나'로 바꿔놓았지만 실제로 '갓부게나'는 대구방언 '갓부든동'에서 나온 말. 결국 '혼자라도 가버리든지'로 해석해야 의미가 제대로 통한다.

…두마음한가닥으로 얼어보고싶다…('이별을 하느니'에서)

이중 '얼어보고 싶다'를 대구문협은 '어울러 보고싶다'로, 청구와 미래사는 '엮어보고 싶다'로 고쳐놓았다. 그러나 대구방언 '얼다'는 '교합하다'는 뜻.

…우리는 오늘을지리며, 먼길가는나그넬너라…('마음의 꽃'에서)

형설사는 이 가운데 '지리며'를 '지키며'로 옮겨놓았는데 '지리다'는 '기대하거나 흠모하면서 예찬하다'는 뜻의 방언형 '기리다'가 k-구개음화가 적용돼 '지리다'로 된 것.…다른꿈은 꾸지도말고 단장에 들고싶다…('달아'에서)

대구문협과 미래사, 문장은 '단장에'를 '단잠에'로 교정했는데 대구방언 '단장에'는 '곧바로'또는 '급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꿈은 꾸지도 말고 곧 바로 (잠자리에) 들고 싶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아모래도 내하고 저움은 미친짓 뿐이라/ 남의 ㅅㄱㅜㄹ듯는 집을 문훌지 나도모른다…('선구자의 노래'에서)

'ㅅㄱㅜㄹ듣는'이라는 어휘는 대구방언에서 '쥐어뜯다' 또는 '남을 좋지않게 평가하여 말을하다'는 의미를 가졌다. 표준형은 '끌뜯다'. 그러나 대구문협과 미래사는 '꿀이 떨어지는'이라는 뜻의 '꿀 듣는'으로 터무니없이 바꿔놓았다.

이 교수는 "광복절이 되면 또다시 상화(尙火)를 비롯, 일제하에서 활동했던 민족시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우리가 정말 해야할 일은 외형적 행사가아니라 진짜 우리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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