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신-통일 독일의 오씨와 베씨

입력 1998-08-03 00:00:00

동서 베를린을 갈라 놓았던 1백55킬로미터의 장벽이 허물어지던 89년 11월9일, 당시 대부분의 관련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이제 물리적인 장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직 남은 것이 있다면 동서독인들의 가슴에 새겨진 마음의 장벽뿐이다. 마음의 장벽도 세월과 함께 결국 엷어져 점차 사라져 갈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알렌스바흐 연구소에 의하면 갈수록 '오씨'(Ossis, 구 동독인) 와 '베씨'(Wessis, 구 서독인)가 증가하고 있는 것다는 것이다.

이는 동서독인들의 마음의 골이 시간이 지날수록 엷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깊어간다는 조사결과로 분석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구동독인의 과반수 이상이 동서독이 함께 동반 성장할 것으로 믿지 않고 있으며 구서독인에 비해 여전히 2등시민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서독지역의 경제적 격차가 영구적일 것으로 믿는 독일인들이 작년(동독인 30%, 서독인 23%)보다 오히려 늘어나 구동독인 37%, 구서독인 27%로 조사되고 있다는것이다. 또 구동서독 공동체로서의 연대의식에 관한 확신감도 92년도 구동독인 70%, 구서독52%에서 현재는 54%와 47%로 각각 떨어지고 있다는 것.

아직도 사회주의의 어두운 꼬리가 구동독지역을 구석구석 덮고 있지만 서독 마르크화의 위력을 동독인 자신들도 결코 부인하지 않고 있다. 80년대말 동독인의 근로자 평균소득은 서독인에 비해 36%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75%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같은 체제변환국인 동구권의 어느국가보다도 구 동독인의 소득수준은 높다.아직까지도 독일 선술집에서는 끊이지 않은 테마중의 하나가 동서독인들 서로간의 불만에관한 것이다. "우리들은 아직도 새롭게 배우며 시작해야 한다. 기본법의 가치질서에부터 자유시장체제의 모든 것들을…. 너희들은 우리에 비하면 분명 득권계층에 속한다. 공평한 출발선상의 문제점들이 너무나 많다"는게 '오씨'들의 불만이다.

"밑빠진 독에 물붙기 식으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데 그돈은 전부 우리들의 세금이아니고 뭣이냐, 정말로 어려웠던 옛시절을 기억해보라" 라는 것이 '베씨'들의 반박이다. 절대적 빈곤보다도 상대적 박탈감이 이토록 독일 내부통일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좋았던 옛시절을 잊어버리고 하루빨리 새로이 시작해 구제금융시대를 마감해야 하는 절박한시점에 선 우리들이지만 , 꼬여 들어가는 독일 내부통일문제를 남의 나라 일로만 지켜 볼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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