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안보팀이 불안하다

입력 1998-08-03 00:00:00

추방한 주한러시아대사관 아브람킨참사관의 재입국문제를 둘러싸고 한.러시아관계의 혼선과부처내 불협화음으로 물의를 빚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외교정책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증폭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과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으로부터 각각 보고를 받고 정부내 초기대응 잘못과 부처내 이견에 대해 질책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때 박외통부장관 특히 이인호(李仁浩)주러시아대사의 경질설이 나돌았지만 박지원(朴智元)청와대대변인은 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일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과 주러시아대사의 경질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이를 김대통령이 과거 정권과 달리 경질인사는 가급적 회피,밀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오는 9월 북한 김정일(金正日)의 주석직 승계를 앞두고외교안보팀을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 감안되었다는 풀이도 있다.물론 청와대는 이번 아브람킨참사관의 재입국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와의 접근방식에 못마땅한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당초 외교관 맞추방이라는 강경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초기대응에 불쾌해했다. 청와대측은 특히 이번 사태 수습과정에서 안기부와 외교통상부가 서로싸우는 양상까지 진행된데 대해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다. 게다가 박장관은 제2차 한.러외무장관회담에서 아브람킨참사관의 재입국을 허용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굴욕외교라는 빈축을사는 등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북한잠수정 침투사건 전까지만 해도 김대통령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아온 외교, 안보팀이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시중의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게 중요한 대목이다. 잠수정 침투사건과달리 이번 사태는 정부내 혼선과 내부다툼이 있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한.러외무장관의 이면 합의내용이 드러난 이후에도 이를 엉성하게 처리하면서 국정운영 능력까지 의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도 외교통상부장관과 안기부장의 해임을 촉구하는등 군불을 지피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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