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에게 법원에서 내린 '안방출입금지' 조치가 가정폭력방지법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를 가늠짓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폭력에 휘둘리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 가정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1일부터시행된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폭력을 행사한 남편들에게 법원이 내린 '안방출입금지'가 전통 가족문화를 중시하는 우리네 정서에 부합되느냐는 논란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이달 중순 서울가정법원 가사12단독 박동영 판사가 주부 조모씨(42)를 상습적으로 때린 폭력남편에게 이혼수속을 밟을때까지 두달간 '안방출입금지'를 명한 이래 지금까지 이 명령이떨어진 케이스는 몇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정폭력 발생률이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볼때 이 조치는 점차 늘어날것으로 추정되며, 이혼수속의 전단계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높아 법집행 앞에 우리네 안방을중심으로 펼쳐지던 가족문화가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라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피해자에 대한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내려질 수 있는 '안방출입금지'가 사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 단지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처분으로 '폭력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제한하거나 의료기관에 치료위탁, 상담소에의 상담위탁'하도록 한 7가지 규정에서 원용한 것이다.
하지만 안방이 지닌 상징성, 가족공동체 문화가 엄격한 잣대의 법집행으로 침해당한다고 여기는 이도 상당수에 이른다.
"때린 남편은 그렇다쳐요. 그러나 안방출입금지라뇨? 가뜩이나 월급도 깎이고, 일자리도 좌불안석인 남편이 수두룩한데, 가정폭력범에게 내린 안방출입금지조치가 의외로 선량한 대다수 남편들의 사기를 도매금으로 떨어뜨리고, 가족공동체 문화를 너무 쉽게 법앞에 내어주지않았나 싶어서 걱정돼요. 다른 조치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경북대 조경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이월순씨(50·대구시 중구 봉산동)는 가정폭력을 방지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안방출입금지 조치가 불특정 다수 가정의 위계질서를 흐뜨리고, 어떤 위기감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했다.
천리안에 개설된 가정폭력관련 토론방에서 ID가 ASHETER인 네티즌은 "그래도 가정에서는 법보다 서로간의 사랑과 인간적 정서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요즘 가정내에서 우선되는것은 사랑과 정이 아닌 법이다. 법이 부부관계를 관리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무조건법으로 다스린다면 인정을 말살시키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정법률상담소 이정자부소장은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의 안방출입금지는 당연하다. 폭력을행사하는 사람은 점차 습관화되고, 중독돼 증상이 더 심화된다. 피해자의 고통과 인권을 위하여 당연한 조치이다"고 환영의 뜻을 비쳤다.
대구 여성의 전화 최은숙사무국장은 "안방출입금지 조치가 가정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의 문제이지, 일반인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첫 구타를 잘 컨트롤해야 강한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며칠전 대구가정법원에는 매맞은 아내가 진단서를 들고와서 "이렇게 매맞고, 진단서까지 있는데 왜 당장 이혼이 되지않느냐"며 큰소리를 치는 등 가정폭력방지특례법이 급행 이혼을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풍토까지 불거지고 있다.
역시 천리안에서 민지 94를 ID로 쓰는 네티즌은 "이 법이 취지와는 달리 상습 폭행을 당하는 사람들의 신고보다 어쩌다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분에 못이겨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가 구속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가정폭력방지특별법이 결혼파국을 조장하거나 돈을 더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되며 상습폭행에 엄격하게 적용해야한다고 밝혔다.변호사 권태형씨는 "이 특례법이 완벽한 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가족 공동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정 폭력을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으로 가급적 다루어 가정의 평화를 지키려고노력하는 점은 높이 평가돼야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가족간의 문제가 가족 구성원 내부에서여과되고 해결될 사이도 없이 국가기관인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처분이 맡겨지도록 한 점에 있어서는 위험스러운 점이 적지않은게 사실"이라면서 우리사회가 가족문제조차도 법에쉽게 의존하고 호소하는 법만능주의에 빠지지않으려면 위 특례법을 적용하는 수사기관 및법원의 세심한 배려와 적절한 법운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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