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칠성시장 트리오'

입력 1998-07-29 14:02:00

일도 억척, 자원봉사도 억척인 '칠성시장 트리오'를 아시나요?

시장판이라면 대개 목소리 크고 억세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장사꾼들이 그득할 것 같지만40대 아줌마 부대로 구성된 '칠성시장 트리오'처럼 이웃을 위해 활발하게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도 숨어있다.

칠성시장 트리오는 푸성귀를 취급하는 조덕자(충남상회.상추) 박덕주(장군상회.채소류) 주명옥씨(제일상회.부추) 등 세명으로 칠성시장에서 이들을 모르면 빨간 색깔(?)로 여겨진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칠성시장 트리오의 봉사활동은 새벽 4시부터 오후3~4시까지 계속되는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억세지만 부드러운 이들의 손길은 동구지역에 사는 독거노인 7세대와소년소녀가장, 황금아파트 장애인 등 여러곳으로 향한다.

장사가 끝난 무료함을 달래고, 취미생활을 즐길겸 찾아간 대구동부여성문화회관(관장 신현자)에서 자원봉사에 대해 공부한 이들은 정작 매주 한번씩 나가는 수영강습보다 자원봉사활동을 더 즐긴다. 이달 22일에도 남산복지관에 전해줄 물김치를 두 상자나 담았고, 지난달에는 강원도 소쩍새마을을 찾아 장애자 원생들이 덮던 꼬질꼬질한 이불과 옷가지들을 주물러 빨았다. 이불을 빨면서 속진에 찌들고 이기심에 물든 마음도 깨끗이 씻고 나니 돌아오는길이 그렇게 상쾌하고 가족들이 살가울 수가 없다. 독거노인을 찾아가도 그냥 반찬만 삐죽이 내밀고 돌아오지 않는다. 방 구석구석 쌓인 때를 훔쳐내고,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혈육이상의 정을 낸다.

겨우 집안에서만 움직이고 바깥외출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안모씨(대구시 수성구 황금아파트303동)를 찾아갈때면 괜히 가슴이 울렁이고, 실명한 할머니와 함께사는 외손의 할아버지가동구 신암4동의 슬레이트집에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갈때는 내 일처럼 기뻤다. 하지만 이들은 괜히 봉사활동입네, 뭐네해서 집안살림을 등한시 여기는 법은 없다. 집도 거울알처럼 깨끗하게 해두기로 소문났다.

"건강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난한 이웃을 찾아다니다보면 결국 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맑은 마음으로 환한 웃음속에 불우이웃들을 찾아다니는 칠성시장 트리오는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놓고, 물질을 내놓고, 몸수고를 아끼지않는 진정 용기있는 아줌마 부대로 윤기나는중년을 보내고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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