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처방 대전환

입력 1998-07-29 14:28:00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3/4분기 합의안의 골자는 그동안 외환부문의 안정에 맞춰진정책의 초점을 국내부문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금리로부터 환율이란 멍에를 벗겨낸 것은가장 큰 변화이다.

그동안 IMF의 한국경제프로그램의 핵심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의 변동에 금리의 인하와인상을 연계하는 환율·금리의 대칭적 운용, 즉 환율에 대한 금리의 종속이었다.그러나 이번 협의에서 IMF는 환율의 변동과 관계없이 금리를 독립적으로 운용한다는데 합의했다. 금리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주요변수의 하나인 통화를 '여유있게 공급해 콜금리를지속적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나 '금리정책은 금리가 필요에 따라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신축성을 유지한다'고 한 합의내용은 바로 금리정책에 독립성을 부여한 것이다. '외환시장의안정을 바탕으로 콜금리를 계속 인하한다'는 지난 5월 협의때의 합의내용에 비해 엄청난 진전이다.

IMF가 이처럼 극적이라 할 만한 태도변화를 보인 것은 우리나라가 이제 외환부문의 위기로부터는 거의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현재 2백26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경상수지흑자는 연말에는 5월 협의때의 전망치 2백10억~2백30억달러보다 1백20억달러가 더 많은 3백30억~3백5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고 현재 3백70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가용외환보유고도 연말까지 최대 4백3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외환부문의 안정은 IMF로 하여금 그동안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희생시킨 국내부문의 회생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했다.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따라 내수 침체와 신용경색현상의 심화로 실물경제가 와해직전에 있는 상황에서 외자유입 촉진을 위한 고금리정책이나통화·재정긴축을 계속 유지할 경우 국내경제가 회생불능 상태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IMF도 공감한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독립적인 금리정책과 함께 경기진작을 위해 긴축위주의 통화·재정정책을 확대위주로 바꾼 것.

정부와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로 내려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연평균9%로 안정될 것으로 합의했다. 이같은 거시경제 전망치를 고려하면 통화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부와 IMF는 3/4분기 본원통화를 지난 5월 합의한 수준(25조4천3백억원),9월말까지 5조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IMF처방에서 약방의 감초였던 재정긴축도 재정적자로 바뀌었다. 실업자 대책 등사회안전망 구축과 지나친 경기침체 방지를 통한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 밖에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 재정적자로 전환하고 적자폭도 5월 합의의 국내총생산(GDP)대비 1.2%에서 4%로 대폭 확대한다는데 합의했다.

정부와 IMF는 이와는 별개로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대주주 및특수관계인 여신한도 및 거액여신한도, 동일인여신한도 등을 앞으로 2~3년안에 지금의 절반이상으로 축소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우리의 금융기관 대출 및 기업경영 행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대주주인 재벌들이 은행돈을 자기주머니 돈처럼 끌어다 써온 관행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재벌에 대한 편중·과다여신이 사라지고 부실기업에 엄청난 자금을 빌려주는 우리 금융기관의 이해못할 대출관행도 없어지는 동시에 금융자금이 산업전반에 균형있게 분배될 것으로 보인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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