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지는 정치에도
7.21재보선을 통해 드러난 가장 확실한 사실은 엉뚱하게도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깊어졌다는 것이다. 60%의 정치외면이 그 증거이다. 우리정치가 이렇게 된 것은 정보화 세계화로 세상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는데 정치행태는 바뀌지않은 시대착오적 요인에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만 갖고 있는 특유의 후진적 요소등이 어우러진 때문이다. 그 후진적 요소의 하나가 법과 제도보다 인정과 안면이 우선하는 소위 아시아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어거지'이다. 우리 사회에 곳곳에 만연돼 있는 이 어거지는 법과 계약도 필요하면 무시하거나바꿔 버리고 또 명분에서 밀린다 싶으면 궤변을 들이대며 피해나가는등 많은 폐해를 낳고있다. 도대체 옳고 그름이 없다. 이러한 원칙과 질서의 붕괴로 우리의 정치는 너무나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7.21재보선은 이러한 어거지정치에 대한국민적 심판의 의미도 있다.
어거지들
지난 6월 동해서 일어난 북한 경비정 침투사건때. 당시 신고한 민간인 선장은 분명 북한 경비정이 동북방향으로 도망가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민회의 성명은 침투가 아니고 '표류'와 '출현'이었다. 분명한 북한간첩의 침투를 두고 침투라고 할수 없다니 무슨 논리가 그런지 모르겠다. 옛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을 보고 사슴이라고 한 진나라 조고의 일화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그뿐인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호남편중인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안기부장이나 검찰총장등 우리나라 20대 권력요직의 분포를 보면 편중인사라는 결론이 절로 나온다. 노태우전대통령때 TK(대구.경북40%)와 PK(부산.경남15%)비중은 55%였으나 문민정부때는 PK(40%)와TK(20%)를 합쳐 60%였다. 그러나 국민정부때는 호남만 65%이고 충청(20%)까지 합치면85%나 된다.
그리고 자민련의 한 국회의원은 비에 젖은 가랑잎은 아무리 성냥불을 그어도 붙지 않는다며대구.경북의 지역감정을 비판했다. 국민회의 군수까지 당선시킨 대구경북은 지역감정의 표본이고 후보조차도 한곳밖에 못낸 전라도는 비판않는 논리는 또 무엇인가. 그외도 국민회의는의원과 기초단체장빼가기 그리고 공기업사장 공개채용문제와 식물국회문제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식이거나 어거지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가 내부소식지인 '청와대 우리소식'은 김대통령을 "과거 말을 자주 바꾸는 정치인으로 호도되었던 사실이 철저한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내 주고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말을 바꾸었다'는 표현은 김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선 TV 토론에서 '거짓말한적은 없고 말을 바꾸었을 뿐'이라고 해명한데서 온 말이다. 청와대실무진이 어거지미화를시도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경우 IMF책임은 민주계의 책임이지 한나라당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는 것 역시어거지다. 어떤 형태로든 당내에서 민주계가 실권까지 쥐고 있는 판인데 어찌 아니라고 할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가치로
95년 신뢰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교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불길하게도 가족주의로 사회적 신뢰가 약한 우리와 중국은 선진국이 될수 없다고 예측했다. 그의 예견이 반드시 옳다고만 할수 없으므로 실망까지야 할 것이 없겠지만 어떻든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 국가의 운명은 이렇게 문화적 요인에 의해서도 좌우될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 곳곳에 풍미하고 있는 '어거지'도 국가발전에 있어서는 신뢰 못지 않는 주요한 문화적 요인이다. 왜냐하면 어거지가 계속되는 한 세계화시대의 기준인 투명성이라는 세계표준에 맞추지 못하게 되고 세계표준에 맞추지 못하는 한 국가발전은생각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여야 정치인들은 어거지와 궤변의 정치보다는 정직과 진실을 추구하는 가치의 정치, 진리의 정치를 펴나가야 할 것이다. 어거지를 부리면 국민들은 모를 줄 알지만 국민은 모두 알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결과라는 비판만 받게 될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왜 3승4패로 패배했는가에 대한 반성을어거지논리에서부터 출발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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