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민영화에 대한 오해

입력 1998-07-17 15:24:00

정부가 다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0년간 다섯번이나 시도했다가 실패한민영화를 다시한번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민영화 방안을 보면 몇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무엇보다 민영화의 이유가 과거와 다르다.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공기업을 팔겠다는 것이다.돈이 필요하다보니 이른바 '알짜배기'들이 매물로 나왔다. 포철, 한중, 한국통신등이 포함돼있다. 주로 외국자본을 목표로 하지만 국내재벌들에게도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한다.정부가 1백8개의 공기업중 11개만 우선 매물로 내놓은걸로 봐서 언뜻 보기에는 '과감한'결정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1백8개중 11개이니 개수로는 비중이 적지만매출액이나 예산 기준으로는 전체 공기업의 70%가 넘는다.

따라서 이들 11개 공기업이 제대로 민영화되면 공기업 민영화는 거의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정부의 발표를 보고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포철, 가스공사, 한국통신 같은 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기업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점도 있다. 그 때문에 정부는 기업에 따라 매각방식과 시기를 조절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의 공기업 매각은 앞으로 계속될 구조조정과 개방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같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국민들이 외국 자본이나 기업의 진출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금융빅뱅(대폭적 규제완화)을 해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는 성공했다.그러나 영국의 금융시장은 미국과 일본계 금융기관이 점령했다. 멕시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문을 활짝 연 결과 지금 멕시코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은행은 거의 없다.우리에게도 영국이나 멕시코의 경험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민영화나 시장개방이 가져올 이익과 아직도 배타적인 국민감정을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앞으로 정책당국이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너무 많아 쓸데 없는논쟁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첫째, 공기업을 꼭 민영화 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정답은 없다. 경영효율, 재정적자, 시장상황등을 감안해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경제적 판단이라기 보다 정치적 결단에가까운 것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경영효율이 떨어지니 민영화하면 효율이 높아지는가 하는 점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실패한 사례도 많다. 따라서 이문제도 정답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선진국은 모두 민영화를 했느냐 하는 점이다. 선진국중 미국은 애당초 공기업을 키우지 않았다. 영국이 비교적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OECD회원국 같은 선진국도 아직공기업의 비중이 50%를 넘고 있어 민영화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공기업은 대개 독점체제이기 때문에 민영화하는 경우 민간독점의 문제가 생긴다. 또 공기업은 주로 국내시장 위주로 재화를 공급하기 때문에 세계화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 공기업은거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결국 재벌그룹이나 해외자본에 넘어가 주식의 대중분산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유럽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같이 공기업 민영화는 장점 못지 않게 부작용 또한 많은 작업이다. 그래서 결국 정치적 결단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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