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첩첩 내 고향 천리연마는/자나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한송정(寒松亭)가에는 외로이뜬 달/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갈매기는 모래톱에 헤락 모이락/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 가리니/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가/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할꼬'. 조선조의 신사임당(申師任堂)은 향수를 이같이 아름답게 노래한 바 있다. 색동옷 입고 바느질하던 고향은 그립고아름다우며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래서 향수병을 앓게 하기도 한다. 일제시대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가 반세기만인 지난 5월초 영주귀국한 훈할머니(73·한국명 李男伊)가'역귀향 향수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또다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신사임당의 향수병과는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쩌면 훈할머니의 한으로 얼룩진 지난 반세기보다 오히려 더욱 가슴 저미게 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훈할머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때문에 캄보디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불교후원회가 마련해준 경북 경산시 백천주공아파트에 살다가 지난달말 계양동 장조카 이상윤(李相允·38)씨 집으로 옮긴 훈할머니는 외손녀 잔니양(18)과 대화를 나누거나 TV를 보고, 화투놀이를 하거나 캄보디아 가족들과 국제전화를 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일 뿐 누구와도 말이 통하지 않아괴로워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향수병을 알아차린 '시민모임'은 다음달 초쯤 '역귀향'을추진할 움직임이다. 언어는 물론 생활방식의 차이 때문에 훈할머니에게는 한국이 오히려 '이국만리'가 되고 있을는지 모른다. 플라톤은 '원류(源流)에 대한 동경…. 영원의 고향에 대한 거리감을 앓는 것, 그리고 그곳으로 귀향하려는 노력이 향수'라고 했지만 훈할머니의 향수병과 외로움은 너무나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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