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그레셤의 법칙

입력 1998-07-08 00:00:00

지금 이땅의 언론은 도처에서 위기상황이다. 세상이 흔들릴때마다 군소언론들이 우후죽순,광고.판매시장(거래질서)을 무너뜨리는 바람에 정작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할 정통의 언론들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작금의 언론에 통용되고 있는 꼴이다. 한나라안에 실질가치는 다르고 명목가치(액면가)는 같은두가지 화폐가 동시유통될때 양화는 장롱속에 꼭꼭 숨어버리고 악화만 판을친다는 것이 그레셤이 발견해낸 경제법칙.

民選뒤의 그늘 심각

4백년도 훨씬넘게 낡아빠진 그레샴의 이망령이 불행히도 자유언론뿐아니라 민선자치단체의사업.인사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수 없다.

지난3년간 우리가 경험한 민선(民選)시대의 수확은 바로 민권의 신장이다. 그러나 이 커다란수확의 뒤에는 '민선'이 빚어낸 부작용의 그늘 또한 심각함을 반성하지 않을수 없다.첫째, 책임의식의 급격한 후퇴다. 표(票)를 의식한 민선단체장의 눈치행정은 이미 도(度)를넘어섰다는 것이 공무원사회의 신랄한 지적이다. 표가 안되면 옳은일도 '스톱', 표만 되면무리한 일도 '고-'하는 것이 민선시대의 대표적 잘못이라는 것이다.

경북도내 어느시의 시장은 돈문제 하나만은 깨끗했다고 아랫사람들이 인정하는 터였다. 인사청탁이나 유지들의 무리한 요구엔 마이동풍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심지(心志)는 선거를 앞두고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작심삼년-선거비용 마련이 급했던 그로서는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던 것이다. 악심(惡心)이 양심을 쫓아냈으니 그레셤의 망령이 살아난 셈이다.

지난 6.4 선거에서 재선된 현직시장중에 "나는 아니오"라고 큰소리칠 사람이 과연 몇이나될까. '선거앞에 장사없다'는 장탄식은 그래서 생겨나고 말았다.

全權主義로 질서파괴

둘째, 논공행상의 결과가 빚는 인사(人事)의 후유증이다. 또는 제눈에 들면 끼고돌고 미우면멀쩡한 사람도 읍면으로 쫓아버리는 단체장 전권주의(全權主義)의 폐해다.

이경우, 단체장 개인의 스타일과도 관계있긴 하지만 상대후보를 도왔다고 고위간부를 좌천시키거나, 선거때 1등공신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무능력에다 평판까지 나쁜 인물을 승진발령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도 그레셤의 망령은 살아있다. 이럴 경우 공직사회의 질서붕괴는불가피하고 그 후유증은 오래간다.

시.군 인사문제에서 반드시 짚어야할 또하나의 맹점. 바로 '부단체장 핫바지'론이다. 하급직원이 국.과장을 우습게 알고, 국.과장이 부시장(부군수)을 우습게 알면 그게 바로 핫바지다.

아랫사람이 중간간부를 제쳐놓고 단체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단체장이 곧바로 결정해버리는현상이 생기면서 장유유서(長幼有序).상하유서(上下有序)는 무너져버렸다. 따라서 국.과장에대한 시.군간 인사교류의 제도적 강화 등을 통해 부시장.부군수의 인사권이라도 부분회복시켜놓거나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한 조직의 생동감은 찾기 힘들다. 집이든 직장이든 '무서워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 곤란하다.

생동감 갈수록 퇴색

세째, 재정운용의 뒤틀림이다. 표(票)따라 사업이 움직이고, 표때문에 투자순위가 무시되는경우 역시 허다하다는 것이 지난 3년을 지켜본 공무원들의 소회다. 표관련 사업을 다건(多件)주의로 해버리면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밖에 없다. 그래놓고 돈 많이드는 사업.시급한 투자는 중앙에서 돈안줘 못했다고 떠넘기고…. 이 재정운용의 난맥부분은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인 시.군의회와 합작생산한 불량품이란 점에서 생각해야할 바가 크다. 다시 4년의 출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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