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다. 집앞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극장 벽보판을 습관처럼 쳐다보니 '위대한 유산'이라는 글자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순간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거구나'하는 반가움과 함께 그리움이 스며왔다.
몇해전 여름의 이야기다. 런던에서 '교육연극 학술회의'에 참가하면서 고등학교에서 드라마수업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여고생들은 존경하는 작가로 '찰스 디킨스'를 뽑았고,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서 느낀 각자의 감정을 짧은 극으로 표현하기로 하였다.교실 가운데 깔린 카페트, 천장에 달린 몇개의 조명, 검정색 커튼.... 비교적 아담한 교실이었다. 그러나 디킨스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디킨스의 어려웠던 소년시절, 집안 식구간의 관계, 독서에 깊이 빠져있던 모습, 훌륭한 그의 작품들.... 그때 난그들의 열정이 담긴 짧은 극을 통해서 실로 다양한 디킨스의 모습을 보았고, 나아가서런던의 10대 소녀들을 읽을수 있었다. 그들은 10대다운 감수성, 자신감있는 표현과 기발함으로 디킨스를 느껴갔던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나 존경했던 찰스 디킨스! 스쳐본 영화 포스터 '위대한 유산'에서 그때의 추억이 아련히 살아났다.
만약 한국의 교실에서 '세종대왕'에 대해 이렇게 접근한다면, 우리 10대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들에게는 이러한 표현력, 창의력과 열정이 없는 것일까? 비록 카페트, 조명, 무대커튼이 없는 빈 공간일지라도 그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생각하면서 조사하고 느낀 것을 서로교환하는 열려진 수업을 가질 기회가 없는 것일까? 가슴깊이 꼭꼭 묻어둬야했던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올바르게 인도할수 있는 배움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정성희〈영남대 강사.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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