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본지창간52주년 특별인터뷰

입력 1998-07-07 00:00:00

청와대 접견실에서 가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본지 창간52주년 특별인터뷰에서 김대통령은 "매일신문은 매우 중요한 신문이니 당연히 시간을 내야죠"라고 운을 뗀뒤 "특히 역사와 전통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관계가 깊다"며 반갑게 맞았다. 김대통령은 "국사에 너무 바쁜 것 같다"는 말에 "쉬어가면서 해야죠. 오후에는 한시간쯤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면서 "아직 건강에는 문제가 없어요"라고 자신감에 넘친 어투로 질문을 풀어나갔다.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는 내각제 개헌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지역민들은 물론 국민들도 이에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내각제 개헌이 어려우면 대통령중임제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지금 그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닙니다. 명년에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내각제 개헌은 약속대로 추진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경제가 어렵습니다. 풀어야 할 곳이 한두가지가아닙니다. 개혁을 해보니 지금 성한 데가 없습니다. 은행, 종금사, 리스, 생명보험, 국영기업체, 산하단체 모든 게 문제가 있어요. 지금 개혁을 안하면 안됩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주의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영남권을 포함하는 큰폭의 정계개편을 구상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지역통합과 정국안정을 확고히 이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이 이루어지고 정계개편도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대는 상대가 있는 문제라서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인위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지지하고 동참하고자하는 분이라면 세력이 됐든, 개인이 됐든 환영하고 함께 손잡고 나갈 것입니다.-대통령께서는 정치분야가 개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복안은갖고 있습니까.

▲정치개혁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고는 고통분담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인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정치개혁은 국회, 정당, 선거제도 등 모든 분야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우선 국회의 상설화와 일문일답식 질의응답,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 등 일하는 국회상을 정립해 나가는 방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또 지역주의 폐해 극복과 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를 포함한 선거제도의 개혁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구당 폐지를 포함한 정당조직의 축소와 공직후보자 선출방식의 개선 등 정당의 당내민주주의 활성화방안도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제2의 건국'을 고창하며 총체적인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개혁방향에 대해 설명을 해주십시오. 대량실업에 따른 근로자들의 반발도 심합니다만.

▲올해를'개혁의 해'로 정해 놓았습니다. 국정전반에서 개혁을 신속하게 강력히 추진해 나갈계획입니다.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입니다. 외국에서도 이같은우리의 개혁방향과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그대로만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개혁을 하면 내년말쯤 IMF체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정부는 이미 55개 퇴출기업과 5개 퇴출은행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더많은 은행과 기업이 정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우 빠르고 강도높게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혁완수를 위해서는 금융 및 기업계, 노동계, 공기업쪽 등 모든 분야가 개혁에 협력해야 합니다. 밀어 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의 협조도 필요합니다.국민고통이 심한데 희망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 희망적인 것은 있습니다. 외환사정입니다. 당선직후 외환보유고가 38억달러에서 지금은 3백70억달러로 늘었습니다. 또 환율도안정되고 금리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금년말까지 대략 4백억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도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1년간 땀과 눈물을 바쳐야 합니다. 정부는 실업문제에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된 게 노동자만은 아닙니다.대동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주주들도 희생당했습니다. 기업도 55개나 퇴출을 당했습니다. 2할정도 실업자를 내는데 그쳐야지 하나도 안 내려고 하다가 모두가 실업자가 됩니다.-대구지역정서라는 표현이 어쩔지 모르겠지만 대구.경북지역과의 정치적 연합 등 여권의 지역갈등 해소방안이 지역현실과 꼭 맞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사실 편견없이 보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의 지역차별이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인재 등용면에서 영남이 많아요. (김중권비서실장을 의식한 듯) 비서실장자리는 정권내제2인자입니다. 모든 결재가 거쳐지고 있고 인사사항도 비서실장이 가져옵니다. 지난 번에대구에 가서 섬유산업 지원과 위천단지 건설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대구.경북지역도 정부의 노력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거부하는 자세를 취하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됩니다. 대통령이 그런 입장을 보였으면 이제 이 지역에서도 반응이 있어야죠. 민족주의가 세계주의로 이동하는 마당에 민족이 둘로 갈라진 데다 다시 동서로 갈라지면 앞날에 희망이 없습니다. 어쨌든 반드시 내 임기중에는 지역주의를 없애고 말 것입니다.

-대구를 섬유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대구경제와 대구금융권의 회생을 위한 지원대책은 없습니까.

▲이 문제도 손뼉이 맞아야 합니다. 가령 대구섬유업계에서도 좋은 물건을 만드는데 총력을기울여야 합니다. 과거 정권때는 그때 그때 대증요법을 썼습니다. 근본적인 개혁을 했으면이탈리아의 밀라노가 부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6년후면 국경이 없어지는 무한경쟁시대가 옵니다. 기술과 디자인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부에는 밀라노가, 동부에는 대구가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돈만 갖고 되지 않고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대구섬유단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지는 확고합니다.

또 대구지역의 제조업 가동률이 60%선이며 전반적으로 지역경제가 침체상황을 면치못하고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활력을 되찾아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작업이 일단락되면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몸으로 지방자치제 실현에 앞장섰습니다.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을 말해주십시요.

▲지방분권화 실현은 개혁과제중의 하나입니다. 현재'중앙권한의 지방이양촉진법'제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대통령소속하에 두는'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법적 권한을 갖고 중앙권한의 대폭적인 지방 이양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인사, 예산, 치안, 교육 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더욱 커져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잠수정 침투사건도 있었습니다만 북한을 진정 개방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정부의 묘책이 있습니까.

▲역시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흔히 햇볕정책으로 표현되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이 필요합니다. 강력한 안보체제위에서 일절 무력도발이나 군사적 모험을 용납치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류협력을 증진시켜 나감으로써 북한의 강경세력에게 구실을 주지않고, 온건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등 전직대통령과의 회동계획이 있습니까. 또 한때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십니까.

▲전직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바가 없습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박전대통령은 경제근대화와 산업화를 추진, 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절대빈곤을 해결했습니다.그러한 공로와 업적은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분은 강권통치와장기집권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정경유착, 관치금융, 부정부패와 같은 경제, 사회의 불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