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배경·문제점

입력 1998-07-04 14:41:00

기획예산위원회가 이번에 확정한 1차 공기업민영화계획은 공공부문에 대한 경쟁원리 도입과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외자유치라는 두가지 목적을 겨냥하고 있다.

공공부문 특히 방만한 경영과 비대한 조직으로 막대한 국가재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받아온 공기업의 수술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시도됐으나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못한데다이익집단의 방해공작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여기에는 국가기간산업을 민간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도 크게 작용했다.

이번 민영화계획에 포함된 11개 공기업과 21개 자회사가 전체 공기업의 인원과 매출액에서차지하는 비중은 78%와 75%에 달한다. 정부가 이처럼 큰 덩어리를 민영화하기로 결정할수 있었던 것은 IMF체제를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 확산된 공기업도 구조개혁에서 예외가 될수 없다는 공감대 덕분이다. 또 국가경제의 운영에서 정부나 공공부문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시장경제 추세의 확산도 정부의 이같은 과감한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계획은 이같은 당위론 보다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돈 곧 외자유치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공기업을 매각하면서 내외국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고 했지만 구조조정에 코가 석자나 빠져있는 국내기업이 엄청난 덩치의 공기업을 사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금융·기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수출기업 지원 등 돈쓸곳은 널려 있으나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원조달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기댈 곳은외자 뿐이다.

정부도 1차 공기업 민영화로 내년말까지 60억~8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수 있을 것이라고밝혀 공기업 민영화의 목적이 외자도입임을 시인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이 공기업 민영화에 부여한 정당성과는 별개로 공기업 민영화가 몰고올 문제점은 의외로 많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매각을 통한 외자유치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우선 통신, 전력, 가스, 담배요금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들공공요금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인상을 억제하면서 생산가격과의 차액을 재정에서 보전해주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민영화됐을 경우 민간에 의한 독점으로 전환되면서 대폭적인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또 철저한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기업이 산간벽지등 투입에 비해 이익이 적은 지역에 공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요금·서비스 조건 등을 규제할 감시기구를 둔다는복안이나 아직 가시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또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수반할 것이다. 그 결과는 곧 대량해고와 실업자 양산이다. 공기업 노조는 이를 우려해 벌써부터 민영화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본격적인 공기업 매각에 앞서 노조를 설득하는일과 민영화로 양산될 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공기업 민영화의 큰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알짜 공기업이 형편없는 헐값에 넘어감으로써 국민적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지금 한푼의 외자가 아쉬운 실정이다. 외국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제값을 부르지 않는다해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정부는 공기업의 자산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찾아 매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과연 정부 의도대로 될 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대체적인 시각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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