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농민 한숨서린 고랭지채소

입력 1998-07-02 00:00:00

"올 농사로 벌기는 커녕 빚만 잔뜩 늘었습니다. 앞으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가격 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한 거창지역 농민들이 봄내 가꾼 고랭지 무·배추를 바라보며 내쉬는 한숨이다.

최근 고랭지 채소 산지 가격이 배추는 포기당 1백원, 무는 30원에 불과해 인건비는 커녕 종자값도 건질 수 없게되자 농민들이 애써 가꾼 채소를 갈아엎을 처지에 놓였다.농민들이 가격 폭락을 처음 경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또 다르다는것이 문제. IMF 한파 이후 생산비가 두배나 들어간 반면 농협·은행 등의 대출 이율이 엄청나게 뛴 것.

이런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방제약 조차 없다는 '물 사마귀병'이 찾아왔다. 이 병은 올해 농사만 망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여년 간은 아예 고랭지 채소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고랭지 채소 지역에서는 이것 말고는 마땅한 대체 작목이 없는 실정. 농민들은그저 가슴만 치고 있어야 하게 된 것이다.

농민 박복록씨(57·거창군 고제면 소사)는 "올 배추 농사로 3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했다. 게다가 "흙이 병들어 2모작도 할 수 없고 다른 작목을 심기에도 시기를 놓쳐 살아가는 일 자체가 막막해졌다"고 했다.

오일남씨(43·고랭지 채소단지 협회장)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라 했다. 이제 대출한도도 넘겨 앞으로는 농사 자금 조차 마련할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거창·曺淇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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