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사랑하는 방법

입력 1998-06-29 00:00:00

'당신은 맥주를 마실때 어느 회사 맥주를 마십니까. 지역 경제를 걱정하신다면 가급적 ㅇㅇ 맥주를 마십시오'어느 향토출신 세무공무원의 충고다.

그는 또 대구.경북사람들은 유난히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 자신의 소비생활 에서는 지역 경제문제따위는 잊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대구.경북사람들은 맥주 한잔을 마셔도 대충 기분내키는 대로 별 생각없이 이것 저것 사 마시지 맥주회사에 따라 세금(주세)이 우리지역에 떨어지느냐 타시도로 빠져 나가 느냐는 자질구레한 건 따지려들지 않는다. 또 그런 무신경한 씀씀이에 대해 대구.경북 사람 들의 통이 크고 선이 굵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통크고 선굵은 것만 내세우고 앉아 있기에는 지역 경제사정이 말이 아 니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지역내 총생산(GDRP)이나 1인당 총생산지표부터 대구와 경북 모 두 전국시.도중 5위이하로 뒤쳐지고 있다. 섬유, 건설, 농림어업 등 산업생산 기반이 무너지 고 있다는 소리다. 거기다 IMF이후 종합금융 2개가 잇달아 폐쇄되고 대동은행 마저 퇴출대 상으로 지목되자 불과 몇달사이 무려 4조원이 넘는 지역자금이 역외(域外)금융기관으로 빠 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돈이란 게 이자높고 안전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지역경제가 휘청거리든 말든 너도나도 이자 높은 곳만을 찾아 비켜 돌아가버리는 정 서가 생겨나고서는 지역경제가 제대로 살아날 수가 없다.

화장지 한통을 사는데도 역외기업이 차려놓은 대형할인 마트로 차를 타고 몰려가는 것도 역 시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당연한 소비 형태다. 그렇지만 지역 재래시장의 침체는 물론이고 지역 백화점마저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할만큼 지역기업에 타격을 준다면 뭔가를 좀 생각해봐야 한다.

대구 남쪽 변두리 ㅇ동(洞)주민들은 시내로 멀리 이사를 나와도 웬만한 생활용품을 살일이 있으면 고향 동네 슈퍼까지 찾아가 사준다고 한다. 대형 할인마트보다 동네 슈퍼가 더 비싸 니까 개인적으론 손해지만 그래도 고향마을 슈퍼가 잘돼야 고향에 남아 있는 이웃들이 편하 고 언젠가 자신들이 동네에 되돌아 갈 때 활기찬 동네서 살 수 있다는 논리다. 큰 경제를 모르는 치기어린 지역주의란 비판이 있을지 모르나 지금 우리는 어느정도 지역 경제회생을 먼저 생각하는 정서통합이 필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본다. 우리 지역이 정치적 으로 경제적으로 오늘처럼 옹색하고 절박한 위기에 처해진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를 생각해 보자 .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제 것을 빼내다 우리 곳간을 채워줄 상대가 없 는것이 자치시대 지역경제의 냉엄한 현실이다. 소수점이하의 이자율에 연연해 지역경제를 차버리는 냉정한 이기심을 떨치고 동네슈퍼를 키워서 내 생활주변을 살찌우겠다는 지역사랑 을 품어보자. 맥주 한잔을 마실때도 지역 세수입을 한번쯤 생각해보고 경쟁기업을 말할 때 도 이왕이면 좋은 말로 치켜주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보자.

신문사가 어렵다면 신문을 끊기보다 더 사 봐줘서 일으켜 세워 놓고 주택회사가 기울면 중 도금을 더 빨리 내주는 식의 애정이 필요한 때다. 서로 버팀목이 돼 밀어주고 세워 놓아야 큰 버팀목 울타리속에서 지역전체가 튼튼하게 살아남을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부실기업과 부도덕한 기업주를 생각해보면 차가운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궈 온 터전을 침몰해가는 타이타닉호처럼 버리고 떠나지 않는 한 대구 경북의 옛 영광을 되찾아야 할 공동체의 숙명을 끌어안고 나갈 수 밖에 없다. 나의 작은 희생과 경제 적, 정서적 봉사로 서로의 고난과 고통을 함께 나눠 가질때 우리지역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물레방아를 돌리듯 지역사랑은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희생과 사랑이 결집될 때 큰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당장 지역사랑을 나의 작은 희생으로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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