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인양후 조사결과 큰 파장우려

입력 1998-06-25 15:24:00

군 당국이 24일부터 동해항 동쪽 1.8㎞ 해상에서 예인도중 침몰한 잠수정을 인양하기 위해해군 특전대 요원들과 첨단 구난장비를 동원, 입체적인 작전을 벌이고 있고 본격적인 조사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막상 잠수정을 육상으로 끌어올린 다음부터가 더 걱정스럽다.인양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뒤 이르면 25일 오후나 26일 오전부터 진행될 선체 내부에대한 조사결과가 향후 군사적 후속조치는 물론 정부의 대북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점차 증폭되고 있는 잠수정 내부상황에 대한 궁금증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승조원의 생사여부.

최소한 3명에서 10여명까지로 추정되는 잠수정 승조원의 운명은 크게 △전원사망 △집단탈출 △생존 등 3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 잠수정이 우리 어선의 그물에 걸린지 만 이틀이 지났고 예인과정에서 수차례 수중음역통신기 등을 통해 교신을 시도하고 선체 외부를 망치로 두드리는 등 인명구조를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반응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전원사망'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우선 승조원들이 전원사망했다면 이는 다시 △승조원들 스스로 자폭한 경우와 △예인과정에서 질식 또는 익사했을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지난 96년 9월 강릉에 침투한 무장공비들이 집단자살을 택한 전례로 볼때 승조원들이 스스로 자폭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특히 이 잠수정이 북한 해군 소속이 아닌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으로 침투공작에 이용된 것이라면 증거인멸을 위해 독약이나 총기 등을 이용, 자살했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체외부의 파손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승조원들이 침투증거를없애기 위해 고의로 잠수정을 파손한뒤 자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있다"고 말했다.집단자살은 그 자체로 잠수정이 훈련도중 기관고장으로 표류했다는 북한측 주장을 뒤집고침투공작중이었음을 입증하는 간접증거가 되며 내부조사 결과 이를 뒷받침할 물증까지 발견된다면 정부는 원치 않더라도 대북 강경책으로 전환할 수 밖에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승조원들이 자살하지 않았더라도 잠수정이 발견 직후부터 기울어진 자세로 선체의 대부분이물에 잠긴 채 예인됐고 수심 33m 바다밑에 오랜시간 침몰해 있었기 때문에 질식사 또는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잠수정은 통상 배터리 충전과 공기흡입을 위해서 하루 2∼3차례 부상해야 하고 선체가 심하게 기울면 배터리가 함미(艦尾)쪽으로 쏠리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수소가스를 배출하는 전해액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승조원들의 질식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또 선체 결함으로 인해 서서히 물이 스며들어 승조원들이 익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군은 예인작전 지연에 따라 인명을 제때 구조하지 못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지게 된다.

두번째로 승조원들이 도주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는데 잠수정이 우리어선에 의해발견된 이후 해군 초계함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50분의 시간이 있었기때문에 잠수장비등을 이용해 탈출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인과정에서 탈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호위함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2∼4노트의속도로 잠수정이 끌려가는 상황에서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분석되고 있다.군 관계자는 "잠수정에는 보통 2∼3개의 비상 탈출구가 있으며 수중 이동장비인 아쿠아 스쿠터나 산소통 등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해치나 탈출구가 열린 흔적은 없으며 탈출했더라도 삼엄한 경계망이 펼쳐진 우리 해안으로 침투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아무튼 꽁치잡이 어선 동일호 선원들이 목격한 최소한 3명의 승조원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면 우리 군은 해상도주 및 육상침투 가능성을 두고 대대적인 수색작전을벌여야 하는 부담을안게 된다.

세번째로 희박하긴 하지만 승조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있 다.잠수정의 침몰이 선실내 침수가 아니라 잠수와 부상을 조절하는 밸러스트 탱크의 고장에 따른 것이라면 잠수정 내부의 이산화탄소 정화기 등 생명유지장치는 계속 작동하고 있을 수있다.

군 관계자는 "잠수정의 동력은 멈췄지만 기초적인 생명유지장치들이 작동하고있을수도 있고잠수정이 가라앉을 때 승조원들이 밀폐된 격실에 들어간뒤 예비 산소통으로 연명하고 있을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경우는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만약 승조원들이 기적적으로 생존해서 훈련중 단순사고임을 주장해 우리측 조사당국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지만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군작전 시행착오 거듭 예인지점 "갈팡질팡"

'자만인가, 아니면 상황판단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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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이 잡아 놓은 북한 잠수정을 뭍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군 당국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3일 오후 1시쯤 동해항 방파제 1.8㎞ 해상에서 예인도중 부력을 잃고 수중으로 침몰한 북한 잠수정을 동해항 부두로 옮기겠다고 24일 발표했다.

군 당국의 당초 복안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침몰 잠수정 선미와 선수 부분에 1.6인치철제 와이어를 감고 오후 5시까지 이 와이어에 리프팅 백(공기주머니)4개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어 오후 6시쯤부터는 공기주머니에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잠수정을 수면쪽으로 띄운 뒤 3백t급 예인함(YTL) 2척을 이용, 동해항 내항에 접안시키기로 했다.

또 접안작업이 완료되는 오후 8시께부터 2백50t 및 1백50t급 육상크레인 2대를 이용, 잠수정을 부두로 들어올린 뒤 합동신문조를 투입, 잠수정 침투목적 등에 관한 밤샘 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짰다.

그러나 실제 작업진척 속도는 군 당국의 애초 계획과 크게 어긋났다.

이날 오후 8시30분쯤 잠수정을 와이어로 묶는 결색작업을 겨우 끝내고 본격적인 인양작업은착수도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작업환경이 열악하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는 해난구조대원(SSU) 45명이 3명씩 15개조로 나뉘어 잠수정을 와이어로 묶는 작업을 했지만 높은 수압 등으로 한차례 작업시간이 15분에 그쳐 작업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또 와이어가 무거워 수중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수심 30m 이상의 물속에서작업하는 것 자체가 상황예측을 어렵게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게다가 일몰 직후 잠수하지 않는 게 관례이지만 이번의 경우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일몰후에도 목숨을 건 묶기작업을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간인이 잡은 북한 잠수정을 옮기는 단순작업도 제대로 못하는 군 당국의 이같은변명은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있다.애초부터 무리한 계획을 세워 졸속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이에 앞서 군 당국은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속초 앞바다에서 발견된 잠수정을 즉흥적으로 양양 부근의 기사문항으로 예인키로 했다가갑자기 예인장소를 동해항으로 바꾼 것이나 동해항 부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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