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통치스타일 타율개혁으로 급선회

입력 1998-06-22 15:2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최근 김대통령은 "졸속소리를 듣더라도 몰아치라"며 총체적 개혁의 깃발을 들고 이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민주적 시장경제'를 외치던 새정부 초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두가지다. 개혁의 핵심안건인 기업.금융구조조정에 있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과 개혁에 사정(司正)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사실 이 두가지는 현정부가 출범직후에 극구 부인했던 대목이다. 전정권과의 차별성과 만만찮은 부작용때문이다.

김태동(金泰東)정책기획수석비서관은 경제수석 재직시 경제개혁조치들에 대해 언론쪽에다 "정부는 할 말이 없다. 기사는 시장(市場)에 가서 알아보라"며 철저한 시장경제원칙을 되풀이했다.

또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비서관도 "우리는 과거 정권과 다르다. 경제인, 정치인, 공직자에대한 사정은 없다. 공무원들은 개혁의 동반자며 기업가들은 경제 회생의 견인차"라며 '화합속의 전진'을 누누이 강조했다.

현정부의 태도변화는 한달전쯤부터 예견되기는 했다. IMF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측이 시장경제원칙을 희망하면서도 한국은 지금 정부주도의 개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폈다. 이는경제학자 출신인 김태동수석의 퇴진과 경제관료 출신의 강봉균(康奉均)경제수석의 등장으로기정사실화됐다. 이때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대통령의 방향전환"으로 해석했다.그러면서 방미기간동안 "한국은 개혁의 방향은 옳은 데,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현지의 따가운 질책이 김대통령의 스타일을 변모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취임 5개월째를 앞두고 정책방향은 대폭 수정되는 모습이다. 이미 정부는 대기업의 빅딜,퇴출기업 유도 등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심지어 정부의 의도를 거역할 경우 "피해를볼 수 있다"는 식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법처리의 초강수까지 거론했다. 공무원들에대해서도 공직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사정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 원인에 대해 여권은 '자율의 한계'를 근거로 대고 있다. 특히 은행과 대기업에불신을 깔고 있다. 살을 도려내는 개혁을 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도"방관경제가 시장경제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공직분야도 부정부패가 엄존하고 있고 일각에서 "이 정권이 얼마만큼 가겠느냐"는 냉소와 무사안일마저 팽배,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여권내에서는 개혁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하며 기득권에 대항하는 개혁주체세력 형성얘기도나오고 있지만 핵심층은 현 기류에 대해 부담스런 기색도 역력하다. "퇴출기업, 빅딜 유도등은 자율로 진행되고 있다"며 결코 관치경제의 부활이 아니라고 애써 말하고 있다. 경제인사정도 사기를 꺽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질 것이고 공직자 사정도 절대 과거정권식이 아니라 제도적, 인식변화 유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내에서도 사정의 폭과 강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정가에서는 기업.금융조정은 물론 공직풍토 쇄신에 대해 정부의 역할은 큰 흐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그쳐야지 구체적인 사안까지 끼어들었다가는큰 후유증만 남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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