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주변 상가 '살아남기' 경쟁

입력 1998-06-22 14:00:00

10여년이 넘도록 불황을 모르던 대학가 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있다.

각 업소마다 대학생 고객을 끌기 위해 유례없는 가격파괴와 유인작전이 치열하다.시내 중심가 일반 음식점보다 절반가량 싼 음식비, 밤늦은 시간에 손님을 위해 심야 셔틀버스 운행 서비스를 마련한 업소들까지 생겨나는 등 대학가 업소들마다 생존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IMF시대 이전 기성세대처럼 맥주와 양주를 마셨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막걸리와 소주를 찾고 있다. 대학가 소비문화에도 복고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레 극심한 불황을 겪게 된 대학가 상권의 고객 유치작전과 달라진 대학 소비문화를점검해 본다.

▨가격파괴 및 서비스경쟁

계속되는 경기불황속에서도 상대적으로 호황을 구가해 왔던 대학가 업소의 매출이 뚝 떨어진 것은 올 초부터. IMF 한파를 실감한 대학가 업소들은 제각기 가격인하 경쟁에 돌입했다.일부 업소는 시간대별 차등가격을 적용,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일반 가격보다 20~40% 저렴한 할인서비스를 한다. 경북대 앞의 한 호프집은 오후 7시전까지는 40% 세일을 실시한다.계명대 성서캠퍼스앞 일부 식당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식사값을 반으로 할인해 주고 있다.

영남대 한 분식점의 경우 5명이 소주 4병과 안주로 닭발, 닭튀김, 전을 주문해도 1만8천원에불과하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주변의 돼지불고기집은 삼겹살 1인분을 일반 업소보다 절반가량 싼 1천8백원, 주물럭 1인분은 2천원에 제공하고 커피값은 3천5백원에서 1천5백~2천원, 자장면은 2천5백원에서 1천5백원으로 내렸다.

경북대 앞 당구장은 10분당 요금을 9백50원에서 7백원으로 내렸고 일부 호프집은 1만원에맥주 5병을 주고 안주를 무료 제공한다.

영남대 앞 노래방의 경우 30분에 5천원을 받고 10분은 무료로 서비스한다.

경북대 앞 노래방은 시간당 4천원으로 대폭 가격을 낮춰 시험기간 중 도서관 자리를 못잡은대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대학가 일부 술집.커피숍.의류점에서는 10~20%의 할인쿠폰을 발행,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계명대 성서캠퍼스 주변의 일부 주점은 업소끼리 연대, 밤11시와 12시 두차례에 걸쳐 손님들의 귀가를 돕기 위해 계명대 대명동캠퍼스까지 가는 심야 셔틀버스까지 운영하고 있다.▨명암이 엇갈리는 업소

대학가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레스토랑과 호프집 커피숍의 불황은 다른 업소보다 더욱심한 편이다. 일부 레스토랑은 궁여지책으로 찌개와 소주까지 팔고 있다. 학생들이 적은 돈으로 즐기기 위해 소주와 막걸리집으로 몰리는 탓에 호프집 매출은 크게 격감했다.다른 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양념통닭 집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닭1마리 값 1만원이면 다른 술집에서 더 많은 안주와 술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대기손님들로 북적대던 볼링장은 불황 속 시름이 깊다. 대학가 상당수 볼링장은 유례없는 불황으로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소주집은 10여년 전의 영화를 되찾고 있다. 닭발, 튀김, 전 등 저렴한 안주에 소주 막걸리를 파는 일부 주점들은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통해 'IMF속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특히 대학가 도시락점은 최근들어 손님이 늘어나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콩나물 밥의경우 9백70원, 비싼 도시락이라도 2천원에 불과해 일반 음식점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기때문이다.

또 최근들어 대학가에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돼지고기 전문업소와 막창집도 대학가 상권의새로운 개척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업소에서 주로 팔리는 술은 소주. IMF 이후 대학생들의 주류 선호도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던 전자오락실, 만화방 등은 불황이 덜한 편이다. 이용료가 싸 대학생들의 주머니를 덜 '위협'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대학가 소비문화

대학가에도 근검절약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오렌지족'의 과시소비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주머니 사정 탓에 알뜰 소비를 하고 있다. IMF체제 이전에는방 한칸에 1백50만~2백만원하던 사글세가 요즘 80만~1백2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래도 독방을 쓰는 학생들이 크게 줄고 2~3명이 함께 방세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남대 캠퍼스의 경우 강의가 모두 끝나는 오후 6시 쯤이면 잔디밭과 연못 등지에서 벌어지던 술판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식당에 가는 대신 소주와 막걸리 등을 가게에서 구입해술값을 아끼려는 노력때문이다. 그러나 자정이 넘도록 흥청거리던 잔디밭 술자리는 요즘 10시30분을 넘으면 자취를 감추고 만다. 대학생들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줄어든 탓이다.계명대 성서캠퍼스 로데오거리와 신당동 먹자골목에도 대학생 손님 유치를 위해 가격파괴등의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었지만 그래도 매출이 안 올라 업종을 전환하는 업소가 늘고있다.

구내식당 이용객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고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계명대 학생회는 근검절약 풍토의 확산을 위해 '후배에게 책 물려주기'운동을 펼치고 있다.계명대 박인희양(21.철학과3년)은 대학가의 근검절약이 건전한 풍토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아직도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柳承完.全桂完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