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에서 전하는 일본의 '기업 이지메'는 우울한 실업문제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연민의 차원을 넘어선다.'기업 이지메'는 구조재조정을 뜻하는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에서 따온 '리스토라'와집단괴롭힘을 뜻하는 '이지메'를 합쳐 '리스토라 이지메'로 불리기도 한다.
리스토라 이지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당노동행위를 말한다.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상사의폭언이나 따돌림, 인사상 불이익, 감봉 등을 통해 교묘하게 사표쓰기를 강요한다. 최근 화장실 옆자리에 책상을 배치해 물의를 빚었던 국내 모기업도 이같은 리스토라 이지메의 전형적인 사례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이지메를 통한 감원이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별다른 사회적 비난이 없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91년 2.1% 이후 8년째 꾸준히 높아져 지난 4월 4.1%대에 이르렀다. 현행통계방식이 도입된 이후 최악이다. 완전실업자 2백90만명. 기업에서 해고된 비자발적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만명이 늘어나 90만명을 헤아리게 됐다. 일본하면 종신고용을떠올리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불필요한 잉여인력은 과감히 정리해고되고 있다.실업률 4%대는 유럽에서는 꿈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와 독일이 12%대를 넘나드는 고실업으로 몸서리를 치는 것에 비하면 일본 실업은 아직 초보 단계인 셈. 일본과 마찬가지로 실업률 4%대인 미국과 영국이 실업문제에 있어 훌륭한 극복사례로 주변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그런데도 실업률 4%의 일본 실업이 문제인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경고등이 켜진 일본의 각종 경제지표 때문이다. 오일쇼크 이후 첫 마이너스 경제성장, 엔화가치 폭락, 도매물가 하락세, 개인소비 감소세, 기업의 적자행진 등. 일본의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실업률이 4.5%대로 상승할 것이며 중기적으로는 아시아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실업률 10%대 진입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말 16조6천5백억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실업대책으로 기업고용안정을 위한 보조금 지급절차 간소화, 벤처기업 부채에 대한 정부 보증 확대, 창업지원기금 인상, 공공사업 조기 시행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대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노동시장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미국을 닮아가려하기 보다 우리와 비슷한 노동환경을 가진 일본의 실업극복을 차분히 분석해야 할 때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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