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졌다.
이번엔 애석하게 패한 석패(惜敗)도 아니고 분하게 진 분패도 아닌 참패였다. 전쟁이든 스포츠든 이길 때는 영웅처럼 떠받들다가도 패하면 하루아침에 차가운 시선을 보 내는 것이 대중들의 속성이지만 차범근 팀의 이번 네덜란드전 참패는 국민들과 축구팬들에 게 충격에 가까운 실망을 던졌다. 왜 그랬을까? 해석은 저마다 여러 갈래일수 있다. 우선 멕시코전 패전직후 나왔던 관전평가에서는 몇가지 요인중'감독의 용병전술 실패'쪽으 로 기울었다. 중국의 스포츠신문에 조차 '차범근, 몽혼약을 먹었나?'라는 비아냥대는 제목으 로 최용수선수의 전반전 결장문제를 비판했다. 물론 중국은 예선전에서 탈락한 주제에 이웃 나라 본선 진출팀 감독에게 훈수둘 처지는 아니지만 동양 아시아권 선수들의 체력적인 약점 파악과 스스로를 돌아보고 처방을 찾아내는 발빠른 노력은 단연 앞서가고 있다. 월드컵 예선 탈락후 중국 언론은 이런 자아비판을 했었다. '중국은 거인이다. 그러나 축구계 는 거인이라 말하기 부끄럽다. 벼룩 만큼 작은 나라앞에서도 꼼짝을 못했으니까-'그리고 나 서 내놓은 대책이 프로 축구선수 출전자격 체력장 시험제도였다. 3,100m를 12분이내에 주파 하는 시험을 치르고 규정시간내에 못뛰어내면 팀 출전자격을 박탈하는 일종의 실기테스트로 후기리그전에 앞서 7월 3일부터 당장 실시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13억 인구중에서 왜 빼어 난 선수감이 없을까 보냐, 고르고 골라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하자'는 전략이다. 탁구, 체조 등에 비해 뒤늦게 축구에 눈뜬 중국이지만 프로팀들은 저마다 콩고, 카메룬, 한국 등지서 외 국선수를 스카우트할 만큼 축구열기를 달구면서 월드컵 등극을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 이다.
이처럼 2000년대에 뭔가 보여 주겠다는 중국축구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연변 조선족이다. 연변조선족 축구팀인 '오동팀'은 56개 민족축구팀들중 최강팀그룹인 갑A팀에 소속돼 있다. 가난한 땅에서도 골키퍼와 공격수자리에 콩고와 카메룬, 한국 등에서 큰 돈을 들여 스카우트 해 팀을 꾸려갈 정도로 축구열은 대단하다. 감독역시 한국의 최은택감독을 스카우트, 지난해 만년 10위인 오동팀을 전국4위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금년봄 무한팀과 산 동성팀이 한국의 박종환, 김정남 등 스타감독을 경쟁적으로 초빙했었다. 연변 조선족의 축구열정은 한국 붉은 악마들보다 더 열성적이다. 이기든 지든 팀이 돌아오 면 공항광장에 1만명이 나가서 마중할 때도 있다. 최감독은 택시를 타든 식당에서 밥을 먹 든 연변바닥에서는 서로 공짜로 접대하려 들 만큼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그러한 그도 올해 초 팀 성적이 부진하자 스스로 감독자리를 내놓고 귀국했다. 차감독도 귀국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도 언젠가는 고독한 영웅으로 대중의 기억속으로 밀려나 어쩌면 중국땅에 스카우트돼 갈지도 모를 일이다.
남은 경기의 승리라도 간절히 바라보지만 월드컵의 벽을 뚫는 데는 아직 우리는 역부족임을 부인하기가 어렵다. 13억인구에서 체력장으로 선수를 뽑아 내려는 중국, 그리고 1천5백명 신 세대 예비선수들을 중남미에 집단유학시켜 미래선수를 양성하려는 일본, 속도와 지구력을 지닌 아프리카 신생팀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면 월드컵은 2천년대 세기말까지도 우리에겐 그 림의 떡이 되리란 절망감도 다가온다.
부질없는 꿈인지 모르겠지만 월드컵 승리는 결국 민족대통일의 길뿐이 아니냐는 공상을 해 보게 된다. 남북, 나아가 만주벌까지 국토대통일이 돼 한때 이탈리아를 꺾었던 북한축구팀, 중국4위의 막강 연변 조선족축구팀, 그리고 우리의 붉은군단이 한팀으로 어어루진다면 4강 쯤엔 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몽상이 그것이다. 자립경제, 자주국방, 스포츠, 그 모든 것들 이 결국은 민족대통일에 그 해답과 열쇠가 있지 않을까. 월드컵 축구와 5백마리의 소떼를 놓고 우리모두의 가슴에 뜨거운 열망과 함께 떠오르는 아쉬운 낱말은 결국'통일'두글자뿐인 것 같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민주 "김민석 흠집내기 도 넘었다…인사청문회법 개정 추진"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